SBI저축은행 3분기 동안 매각이익 445억원 올려
[뉴스핌=전선형 기자] 저축은행 줄도산 사태의 주범이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올해 들어 부동산 경기 훈풍을 타고 뜻밖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18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저축은행 부실 PF대출채권들의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SBI저축은행, HK저축은행 등 대형 저축은행 위주로 매각 문의가 줄을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SBI저축은행(前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지난 3월 94억원(장부가치)에 달하는 '부산 부암동 아파트 PF사업지'를 180억원에 A건설사에 매각했다. 시행사 부도사태 등으로 인해 부실채권으로 보유하던 PF를 9년여만에 털어낸 것이다. SBI저축은행은 이 거래로 86억원의 수익을 냈다.
PF대출이란 금융회사들이 특정 부동산 개발사업의 미래수익과 건물 부지를 담보로 사업주체에 돈을 빌려주는 대출상품을 말한다. 특히 대체로 미래수익을 담보로 하므로 대출 이자가 높은 편이다.
저축은행들은 2005년부터 PF대출에 뛰어들었으며, 일부는 짭짤한 이자수익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본업보다 PF대출에 치중하는 곳도 존재했다. 그러다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부동산 경기가 악화했고, 이 여파로 2012년까지 저축은행 총 25곳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중단됐던 PF사업들이 재개되고, 땅값이 상승하는 등 PF대출채권 매매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과거 부실 PF대출채권에 대해 모두 충당금을 쌓은 상태로, 매각이 이뤄지면 순이익이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SBI저축은행은 이같은 부실 PF대출채권 매각으로 2014회계연도 3분기 동안(2014년 7월~2015년 3월) 총 455억원의 이익을 냈다. 덩달아 순익도 상승해 SBI저축은행 2014회계연도 3분기(2015년 1~3월)에만 21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분기(2014년 10~12월)보다 85% 증가한 수치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면서 과거 부실 PF대출채권 매매가 일어나고 있다”며 “현재 보유하고 있는 부실 PF대출은 모두 현대스위스저축은행 시절 떄 일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부실 PF대출채권 2700억원 정도를 처리했다"라며 "저축은행 업황은 여전히 어려운 상태지만, 이번 회계연도는 매각이익으로 인해 순익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채권 매매는 예금보험공사를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다. 예보는 과거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11곳을 인수했으며, 지난해부터 이들이 보유한 부실 PF대출채권 매각에 나서고 있다.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PF대출채권 매각 관련 투자설명회를 개최했다”며 “올해는 3번 시행할 예정이며, 3월 진행건의 경우 설명회 참석 정원이 150명인데, 180여명 이상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예보의 2014년도 투자설명회(총 5회)에는 830여명의 잠재매수자가 참석했으며, 당시 147개 PF사업장이 매각돼 총 7086억원이 회수된 바 있다.
저축은행 업계관계자는 “2014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에는 PF대출채권 매각 이익 효과로 저축은행 순이익이 상당이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만, 본업에서는 큰 이익을 거두지 못해 매각이익을 빼면 손실이 나는 곳도 있다. 저축은행 자체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갖은 금융규제를 완화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