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김학선 기자] 대게 배우들은 안티팬이 있기 마련이다. 높은 인기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쏠리는지라 피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특히 젊은 여배우들은 더욱 그렇다. 얼굴부터 연기력, 성품까지 모든 것이 ‘욕’을 먹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배우 박보영(25)만큼은 예외다. 담당 PD에게 애교를 부려도 소녀들에게 ‘우리 오빠’라고 일컬어지는 이민호, 송중기, 이종석 등을 언급해도 밉지가 않다. 실제 관련 기사에서도 좀처럼 악성 댓글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오히려 그의 붙임성과 귀염성을 찬양(?)하는 글들만 가득하다.
물론 이 같은 반응에 100% 동의한다. 옆집 동생 같은 친근함으로 대중에게 다가온 박보영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탄탄한 연기력을 쌓으며 대체 불가한 여배우로 안착했다. 더욱이 연예인답지 않은 소탈하고 털털한 성격이 대중의 호감도를 더했다. 솔직하고 애교 가득한 화법이야 말할 것도 없다. 화려한 색채로 눈을 미혹시키지 않아도 너무나 사랑스럽다.
그런데 1년 만에 스크린에서 다시 본 그는 변해 있었다. 초롱초롱하고 맑던 눈망울이 서글픔과 광기를 오간다. 박보영은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 이를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들을 그린 신작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에서 주란을 연기, 그간 본 적 없던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기존의 제 모습을 보길 원했던 분들에게는 충격 아닌 충격일 수도 있을 듯해요. 그게 저의 숙제이기도 한데 어쨌든 전 안해본 거 많이 해보고 싶거든요. 물론 잘할 수 있는 걸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근데 이번 작품의 경우에는 개인적으로 변신이라기보다 제 안에 있는 모습 중 더 어두운 면을 보여드리는 거로 생각했어요.”
‘도전’ 의식이 그를 촬영장으로 끌어당겼지만 사실 주란을 연기하기란 만만치 않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감정의 진폭이 꽤 깊고 또 선명한 캐릭터다. (결과적으로는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오죽했으면 촬영 당시 작성했던 일기장에 가장 많은 말이 “힘들다”일까.
“힘들겠다 싶긴 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두드려 맞은 기분이 이런 거구나’ 싶었죠(웃음). 체력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너무 힘들었어요. 특히 감정적인 건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도 해내고 나니까 이번 영화로 감정적으로 풍부해진 느낌이에요. 다음에 보여드리기 위한 많은 모습 중 하나의 기반을 다진 기분이죠.”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사실 ‘경성학교’는 호불호가 갈릴만한 부분이 많다. 후반부 급격하게 반전을 맞이하는 스토리 때문이기도 하고 퀴어적인 해석을 낳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보영 역시 ‘취향을 탈 수밖에 없는’ 영화임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다만 ‘동성애’에 있어서는 다소 놀라운 반응을 보였다.
“정말 저는 그런 생각을 안했어요. 오히려 그런 반응을 보고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사실 여자들은 친구들끼리 가벼운 질투는 느끼잖아요. 저 역시 그런 섭섭함을 겪어봤고요. 예를 들어 홀수인 무리에서 내가 잠시 홀로 있으면 드는 기분 같은 거죠(웃음). 제가 계속 여학교를 나와서 익숙한 건지 모르겠는데 그 정도 질투는 흔하다고 생각했어요.”
여자들 사이에서는 흔히 있는 ‘질투’지만, 여자들만 가득했던 실제 촬영 현장만큼은 예외였다. 아무래도 나잇대가 비슷하고 공통 관심사가 같다 보니 스스럼없이 언니 동생 하며 친해졌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야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처음에야 ‘선배님, 죄송한데요’라고 말을 거는 후배들의 모습에 경악(?)하기도 했지만.
“처음 하는 친구들이 많았잖아요. 그 신기해하면서도 열정적인 모습을 보는 데 정말 예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알려줄 수 있는 건 최대한 알려주고 했죠. 그리고 이 친구들이 모여앉아서 모니터로 제 연기하는 걸 지켜보면서 바로 실시간으로 반응하니까 ‘더 잘해야겠다’ 싶었어요. 또 나도 다시 초롱초롱한 생기를 찾아서 더 열심히 해야지 하고 다짐했죠.”
후배들을 보며 또 한 번 초심을 다잡았다는 그는 이 작품을 선택했을 때처럼 “지금은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부딪혀도 넘어져도 아직은 괜찮잖아요”라고 말하는 박보영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합리화해도 되는 나이잖아요. 안 어울린다고 하면 ‘괜찮아, 다음부터 안하면 되지’하고 넘기고 부딪혀서 넘어지면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 생각하면 되니까요(웃음). 사실 서른이 넘으면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서 도전을 못할 듯해요. 아무래도 작품 수가 많아지고 감사하게도 그만큼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지면 안전한 선택을 하게 되겠죠. 그래서 지금 더 많이 도전하고 싶기도 하고요. 기존에 제게 바라는 모습은 드라마나 예능으로 또 보여드리면 되니까요.”
그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서 많이 보지 못한 박보영 특유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는 곧 드라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정석과 호흡을 맞춘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이 내달 3일 첫 방송을 앞둔 것. 물론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영화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와 ‘돌연변이’의 개봉도 앞두고 있다. 이쯤되면 지난 인터뷰 때 “다작 배우가 되고 싶다”던 그의 꿈도 어느 정도 이뤄진 듯하다.
“요즘 정말 시간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나이를 말하면 다들 ‘어머, 너 이십 대 중반이야? 생각보다 나이가 많구나’라고 반응하니까 더 실감 나죠(웃음). 또 제가 3년 정도 공백기가 있어서 더 열심히 해야지 싶기도 하고요. 작품 못했던 시기가 있으니까 그걸 더 채우고 싶어요. 다양한 작품 다양한 모습으로요(웃음).”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김학선 기자 (yooks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