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씨티 등 경고 봇물, 대응책 마련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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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월가에 채권 투자 리스크가 뜨거운 감자다. 유동성 부족 문제는 더 이상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 밖에 시스템 왜곡과 거시경제 지표 측면에서 채권 투자자들을 긴장시키는 적신호가 연이어 켜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리스크 대응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단기물을 중심으로 채권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은 물론이고 채권 펀드의 자금 썰물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유동성을 준비하는 자산운용사도 등장했다.
월가[출처=블룸버그통신] |
올해 글로벌 거시경제의 핵심 사안으로 극심한 로플레이션을 내세웠던 모간 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통화 팽창을 의미하는 리플레이션과 물가 상승, 즉 인플레이션이 이미 진행중이라며 기존의 의견을 수정했다.
모간 스탠리의 엘가 마쉬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조만간 고개를 들거나 이미 글로벌 주요 경제 전반에 걸쳐 이미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올해 2분기 2.9%에서 바닥을 찍고 내년 3.4%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이 0.3%에서 1.7%로 뛸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의 상승은 유동성 부족 사태와 함께 채권 투자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적신호는 또 있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블랙록은 채권시장의 리스크 평가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 머니매니저인 블랙록의 스콧 티엘 최고투자책임자는 “독일 국채시장은 변동성 측정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전통적인 분석 기법으로는 채권시장의 리스크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100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시장은 전통적인 잣대를 근거로 금리와 프리미엄을 결정하고 있다.
중앙은행의 정책 불확실성 및 탈동조화, 여기에 인플레이션 상승 신호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지난 4월 말 이후 6400억달러에 이르는 손실을 기록했다.
씨티그룹은 유럽의 국채시장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당시보다 리스크가 더 높은 상태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세계 최대 채권 인수 업체인 JP모간 역시 유럽 국채시장에 대해 유동성 프리미엄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 투자 리스크에 대한 경각심을 주문했다.
JP모간의 난디니 스리바스타바 글로벌 전략가는 “최근 채권시장의 유동성 마비를 감안할 때 적정 가격 평가 자체가 어렵고, 투자자들의 공격적인 매도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리스크 평가가 어렵다는 사실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씨티그룹은 투자자들에게 채권 듀레이션에 과거보다 높은 무게를 두고 투자 리스크를 판단할 것을 권고했다. 블랙록은 2011년 유로존 주변국 채권시장 혼란과 2013년 이른바 ‘테이퍼 발작’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을 전제하고 각 시나리오별 채권 포트폴리오 손익을 점검하고 있다.
이 밖에 상대적으로 운용 자산 규모가 작은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는 소위 ‘아마겟돈 시나리오’를 전제하고 투자 전략을 짜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변동성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단기물 비중을 높이고 옵션 거래를 늘리고 있다.
채권 펀드의 대규모 자금 썰물에 대비하기 위해 별도의 유동성을 확충한 운용사도 등장했다. 아베르딘 애셋 매니지먼트는 채권시장 및 펀드 투매에 대응하기 위해 5억달러의 신용라인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미국 금리인상과 그리스 디폴트 사태 등 채권시장을 뿌리부터 흔들 수 있는 잠재 요인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아베르딘의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