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저..가계부채보다 경기부양이 우선?
[뉴스핌=정연주 기자] 한국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또다시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
11일 한은은 6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전월보다 25bp 인하한 연 1.50%로 결정했다. 역대 최저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했던 지난 2009년 당시 기준금리는 2.00%였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가계부채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한은은 우리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부진한 점에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수출은 올해 들어 전년대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올 4월부터는 수출가격은 물론 물량까지 줄었고 급기야 5월에는 전년비 10.9% 감소해 2009년 8월(-20.9%) 이후 5년9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저 심화도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엔/원 환율은 900원선을 밑돈지 오래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엔/원 환율 하락이 수출에 부담을 주고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게다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까지 덮쳐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 지표가 개선될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사태가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모든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 결정을 앞두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연간 3% 경제 성장 달성을 위해 추가적인 통화·재정정책 패키지가 동원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성근 금통위원은 지난 5월 금통위 의사록에서 인하를 주장하며 "최근 내수 개선의 약한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수출 및 수입 감소세 확대 등으로 인해 향후 성장경로에 있어서 상당한 하방위험이 새로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성장과 물가의 새로운 하방위험에 더해 보다 최근에 전개되고 있는 다수 국가들의 통화완화 및 절하정책의 확산, 그리고 이와 연관된 국내 외환시장의 원화절상 압력은 통화당국의 적절한 대응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굳이 메르스가 아니어도 2분기까지 소비 지표가 위축되고 있었다. 가계부채가 크게 늘었지만 포커스는 수출 부진이 됐을 것"이라며 "보통 정부의 추경 결정을 확인하고 움직이는 경향이 있으나 선제적 대응 측면에서 금리를 인하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다. 2분기 성장경로가 훼손되는 부분을 고려하면 지난 3월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4월중에만 10조원 넘게 급증, 역대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가계대출 관리에 손놓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경기 개선에 자신감을 보여왔던터라 소통 부재 비판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시그널' 없는 인하가 두 차례나 단행된 셈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소수의견 출현과 추가 인하 여부에 쏠리고 있다. 당초 이달 전격 인하한다면, 사실상 '마지막 인하'일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는 잠시 후 오전 11시 20분부터 열리는 기자설명회를 통해 이번 금리 인하의 배경, 만장일치 여부, 한은의 현재 경기 판단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