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원 초반까지 하락…당국 "지켜보고 있지만.. 쉽지 않아"
[뉴스핌=정연주 기자] 엔/원 환율이 연일 하락하면서 880원선까지 위협하고 있다. 외환당국은 엔/원 환율 방어를 위해 이래저래 신경을 쓰고 있지만 녹록치 않다는 반응들이다.
29일 오전 9시 32분 현재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894.95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엔/원 환율은 한때 892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2008년 2월 이후 7년래 최저 수준이다.
A은행의 외환딜러는 "당국 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이 조금씩 꾸준히 들어오면서 하단을 막고 있다"며 "어제보다 엔/원 환율 하락은 다소 진정됐지만 힘이 부쳐 레벨이 겨우 유지되고 있다는 느낌이 역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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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엔/원 재정환율 추이(외환은행 고시기준) <자료제공=한국은행 ECOS> |
엔화 자체의 약세 모멘텀은 강하지 않다. 일본 당국자들은 추가 부양책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경기 지표도 주요 국가들에 비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엔저가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 때문이다. 3월부터 조정됐던 달러화 가치는 옐런 미 연준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을 기폭제 삼아 높아지고 있다.
일본당국의 소극적인 대응도 엔저 가속화를 부추겼다. 달러/엔 환율의 118엔~122엔 박스권이 깨져 122엔을 넘어섰지만 당국자는 "급격한 변동은 아니다"라며 침묵했다. 이틀전에야 당국 개입성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고, 전날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엔화 환율 변동성이 바람직하지 않다"며 엔화 가치 하락 방어에 나섰다.
엔화만큼 모멘텀이 부재한 원화도 대외 변동성에 크게 출렁이는 것이다. 엔/원 환율 하락에는 향후 달러/엔 환율 흐름이 관건으로 꼽히는데, 달러 강세를 부추긴 미국 지표를 통한 개선세 확인이 재차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당국의 방어의지는 충만하나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서 이성적으로 달러/엔 흐름에 맞춰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속도조절 차원에서 방어하다가 어느정도 엔저 흐름이 진정되면 개입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엔/원 환율을 제어할 방도가 물량 개입말고는 마땅한 수단이 없지만 당국은 엔/원 환율 하락으로 커질 심리적 두려움을 막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엔화가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와 연결고리가 약해진 것은 사실이나 엔저로 인한 일본기업들의 이익 개선이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도 않은 상황"이라며 "과거 위기때와는 상황이 다르더라도 엔화 환율이 우리나라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손놓고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달러/엔이 워낙 가파르게 상승해 당황스러웠던 것은 사실"이라며 "일단 오늘은 진정되고 있으나 엔/원 레벨이 지속적으로 하향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정연주 기자 (jyj8@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