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 따른 경기 부양 효과 희석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달러화의 랠리가 꺾이면서 혼란에 빠진 것은 월가의 트레이더만이 아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달러화 추세의 급반전에 당호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중앙은행에 커다란 ‘보너스’였다. 국내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에 따라 수출 경기를 필두로 실물경기가 호조를 이뤘고, 이 때문에 무리하게 통화정책을 동원하지 않고도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출처=AP/뉴시스] |
14일(현지시각) 달러/엔은 119엔을 상회,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2주간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달러는 1.145달러까지 하락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3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4월 소매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데 그치면서 미국 2분기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였다. 1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가운데 성장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기대감이 크게 떨어졌고, 달러화 하락 압박을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가 늦춰질수록 글로벌 주요국 중앙은행의 부양책 기간이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BK 애셋 매니지먼트의 보리스 슐로버그 이사는 “최근 금융시장의 가장 커다란 아이러니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시행 이후 오히려 유로존 국채 수익률이 반등했고, 이 때문에 유로/달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이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다면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달러 인덱스는 25%에 달하는 랠리를 펼쳤다. 이는 ECB와 일본은행(BOJ)의 부양책 효과를 한층 강화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유로존 경제가 지난 1분기 0.4% 성장한 가운데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0.6%와 0.3% 성장하는 등 ECB의 1조1000억유로 규모 QE 시행에 실물경기가 반등하자 트레이더들은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한 포지션 변경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최근 상황은 미국 경제 지표의 강한 반전과 연준의 금리인상 기대감 상승이 가시화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 미츠비시 은행의 리 하드만 외환 애널리스트는 “달러화의 약세와 그 밖에 주요 통화의 강세는 미국 이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며 “다만 달러화의 하락이 중장기 추세적인 약세가 아니라 단기적인 현상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자들이 달러화의 반등을 기대하는 것은 미국 경제 지표 부진이 또 한 차례 침체 신호가 아니라 이른바 ‘소프트 패치’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달러화의 조정 폭이 클수록 하반기 반등이 더욱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