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화석연료 의존 강화 전략…비OPEC국도 증대 모색
[뉴스핌=노종빈 기자] 석유 부국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다른 산유국들 간의 국제 원유시장 점유율 경쟁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OPEC도 생산량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가운데 전세계 3분의 2를 생산하고 있는 비OPEC 생산국들도 생산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일부 대형 셰일원유 생산업체들이 최근 유가 반등으로 인해 생산재개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 글로벌 원유시장, 공급이 수요 초과 상태 지속
최근 반등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는 13일(현지시각) 소폭 조정을 보인 가운데 향후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이날 뉴욕 상품시장에서 미국 시장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근월물 가격은 전거래일대비 배럴당 0.25달러, 0.4%포인트 하락한 배럴당 60.50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거래일대비 0.05달러, 0.1%포인트 하락한 66.81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날 시장전망보고서를 통해 "현재까지 OPEC이 시장점유율 경쟁에서 승리했는지는 불투명하다"며 "오히려 지금부터가 시작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보고서는 OPEC이 지난해 11월 총회에서 감산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은 라이벌 원유 수출국들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첫번째 단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사우디는 오히려 생산시설 투자를 통해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반면 경쟁국들은 예산 부족 등으로 비용 절감과 생산 긴축에 나설 전망이다.
여전히 원유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다.
지난 4월 OPEC의 일평균 원유공급량은 16만배럴 늘어난 3121만배럴로 지난 2012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140만배럴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우디가 일평균 생산량을 사상최고치수준인 1030만배럴 수준까지 높인 가운데 다음달 OPEC 총회에서 생산 전략을 변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밖에 사우디와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이란의 생산이 늘리고 있으며, 또 다른 경쟁국인 이라크도 생산량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아울러 전세계 원유생산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비OPEC 국가들의 원유공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 FT "사우디 정부, 원유 의존도 확대 전략"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우디 정부 관료의 발언을 인용, 최근 국제 유가 폭락으로 미국 셰일원유 업계나 심해생산 등으로 유입되는 투자를 방지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의 전략은 대체에너지 개발을 막고 화석연료인 석유를 지속적으로 사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예산 부족 국들의 원유수출을 정체시키고 국제 에너지 메이저기업들의 구조 조정으로 고용 축소와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생산 중단 등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FT는 이에 따라 오는 6월 OPEC 총회에서도 경쟁자들의 공급 확대에 맞서 생산량을 유지하는 전략이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IEA는 OPEC이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승리했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이란과 이라크나 브라질과 같은 고비용지역에서도 원유생산이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인도와 일본 등에서 최근 4년간 시장점유율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국에서는 이란과 이라크 등에 밀린 상황이다.
◆ 전문가들, 원유 수요 회복세 빠르지 않아
전문가들은 당분간 글로벌 원유시장에서 공급 우위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원유 전망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일평균 원유생산량은 1.7%가량 증가한 9510만배럴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원유수요는 1.5% 증가한 9390만배럴에 그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 제프리 커리 애널리스트는 "경제 상황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요보다는 공급이 우위를 보이고 있다"며 "여전히 시장가격의 무게중심이 낮은 상태에서 본격 유가 랠리는 시기상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셰일원유 생산 현황을 집계하는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셰일 원유생산 가동 유정수는 지난 8일 기준 668개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최고치인 1609개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이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 유정수는 이번 달을 저점으로 반등할 전망이다.
마이클 린치 스트래티직에너지경제 대표는 "낮은 가격이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수요 회복이 나타날 수 있다"며 "하지만 수요가 공급의 증가 속도만큼 빠르게 늘어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 달러 약세 국면 지속…투기적 매수 추이 '관심'
이와 함께 국제유가를 직접적으로 좌우하는 달러의 움직임도 주목되고 있다.
달러는 국제유가의 결제 통화이기 때문에 유가와 반대방향으로 움직인다. 특히 최근 지속된 달러약세로 인해 국제유가는 당분간 강세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미국의 겨울 혹한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됐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첫 금리인상까지는 여전히 몇 달간 기간이 남아있다는 점도 달러약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 분석에 다르면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의 투기적 매수 포지션이 연초대비 2배 증가했다. 이는 구리와 같은 원자재 상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투기성 매수 포지션이 빠지고 나면 시장 흐름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리 칠링거리언 BNP파리바 상품시장전략가는 "최근 유가 랠리는 바닥권 탈피 기대감과 미국 셰일원유 생산량의 반전 기대감에 따른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등에서의 시장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노종빈 기자 (unt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