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인사 시점, 낮은 생산성·비용통제 능력도 요인
[뉴스핌=노희준 기자] KB국민은행 노사가 전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키로 합의한 데는 윤종규 회장의 지속적인 설득이 유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회장은 신청에 의한 희망퇴직만 실시하고 희망퇴직을 내세운 강제 구조조정은 결코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2013, 2014년 이익경비율 <자료=각 은행 경영공시, 전자공시시스템> |
국민은행은 길게 잡으면 지난해 3~4분기, 본격적으로는 올해 초부터 희망퇴직을 논의해 왔다. 매년 희망퇴직을 해왔던 여타 은행들과 달리 5년 만의 희망퇴직이라 접점은 쉽사리 도출되지 않았다. 특별 퇴직금을 둘러싼 더 받으려는 노조와 덜 주려는 사측의 이견차도 당연히 있었다.
특히 '돈 문제'뿐 아니라 과거 희망퇴직의 트라우마가 협상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과거 희망퇴직 이후 팀원급 후선보임, 성과향상추진본부 발령 등의 사후 조치로 고통을 받았던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팀원급 후선보임은 직원을 일선이 아니라 뒤로 빼는 것이고 성과향상추진본부는 영업성과가 떨어지는 인력을 따로 모아 관리하는 조직이다. .
윤 회장은 이런 우려를 씻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희망퇴직으로 강제 구조조정 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를 배제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윤 회장이 책임지고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다고 여러차례 확약했다"고 말했다. 노사는 강제퇴직을 유도하는 사전 명단작성, 희망퇴직 신청 기간의 부점장 직원 면담 등을 금지했다.
◆ 하반기 인사 앞둔 시점과 낮은 CIR·생산성도 요인...효과는 아직 미지수
희망퇴직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나 은행 경영 일정도 노사 양측을 합의 테이블로 끌어냈다.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는 "과거 4년 희망퇴직을 안 했고 임금피크로 들어가는 직원도 매년 증가해 희망퇴직 수요가 커졌다"며 "하반기에는 인사도 해야 하는데, 상반기를 넘기면 협의가 1년을 넘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6월 말에 퇴직절차를 밟은 뒤 하반기 인사를 통해 영업 대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낮은 비용통제 능력이나 생산성은 사측의 희망퇴직 수요를 크게 했을 요인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익경비율(CIR)이 57.4%으로 우리(58.2%)을 제외하고 하나(50%), 신한(54.3%)보다 최대 7%포인트 높다. 이익경비율은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 중 판관비로 지출하는 비율로 낮을수록 좋다. 직원수도 2만1599명으로 4대 은행에서 가장 많지만 인당 생산성은 4764만원으로 가장 낮다.
다만, 이번 희망퇴직이 생산성 향상과 조직 활력 제고로 얼마나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5500명은 희망퇴직 신청 대상자일뿐이다. 국민은행 한 임원은 기자와 만나 "경기가 어려운 데다 강제성이 없어 신청을 예단하지 쉽지 않다"며 "700~800명, 많아야 1000명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도 이날 "희망퇴직으로 조직과 생산성에서 활기가 생기고 신규 채용의 여지도 생긴다"며 "더 많은 직원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강조했다. 동부증권은 5500여명이 희망퇴직 할 경우 비용은 7000억원 내외가 필요하지만, 연간 5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