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변동폭 적고 간단한 사업구조가 배경
[뉴스핌=배효진 기자]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은 애플을 외면하기로 유명하다. 버크셔헤서웨이가 사들이기엔 감수할 위험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버핏 회장은 1999년 경제주간지 포춘에 기고한 글에서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아닌 해당 기업이 보유한 기술과 제품이 경쟁력을 잃지 않고 오랜 기간 지속될 수 있는가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투자의 안정성을 강조하는 버핏이 유독 신뢰하는 기술기업이 있다. 바로 IBM이다. 블룸버그통신 조사 결과, 버핏은 올해 2월 IBM 주식 650만주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이 2013년 6.3%에서 9.2%로 증가했다.
버핏이 현재까지 IBM 주식 매입에 쏟아부은 금액은 118억달러(약 12조6767억원)다.
워렌 버핏 버크셔헤서웨이 회장 <출처=AP/뉴시스> |
투자자문 매체 모틀리풀은 버핏이 애플보다 IBM을 선호하는 데는 IBM이 매년 일정한 매출을 내고 있고 사업구조도 간단하기 때문이라고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글로벌 펀드 평가기관 모닝스타가 조사한 결과, IBM은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연간 80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했다. 매출 범위도 800억~1200억달러 내외로 크지 않았다.
반면 애플은 2005년 매출이 200억달러를 밑돌았지만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스마트 기기를 잇따라 성공시키면서 지난해 매출은 180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 1분기 매출로 비교해도 애플이 전년 동기 대비 27.2% 늘어난 580억달러의 매출을 거둔 반면 같은 기간 IBM은 12% 줄어든 196억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버핏 회장은 앞서 지난 2012년 주주총회에서 "애플은 업계의 필연적인 승자가 될 것이지만 산업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며 애플 투자가 위험하다는 의견을 드러낸 바 있다.
대신 버핏 회장은 "IBM 투자로 손실을 볼 가능성은 애플보다 적고 우리 회사에 매력적"이라며 투자확대를 시사했다.
사업구조가 간단하고 제품·기술의 생명이 긴 점도 IBM 투자 확대의 요소로 꼽힌다.
IBM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컴퓨터 제조 등 하드웨어 부문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이후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클라우드 컴퓨팅 등 서버·소프트웨어 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2005년에는 PC 사업부를 중국 레노버에 팔았다.
모틀리풀은 "IBM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제품의 생명(사이클)이 길어 애플과 달리 신제품 출시에 대한 압박이 적다"며 "버핏이 IBM에 투자하는 편이 덜 위험하다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나온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애플의 경우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워치 등 스마트 기기로 벌어들이는 매출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가 높다는 지적이다.
버핏은 지난 2011년 주주들에 보낸 서한에서 "IT업계의 흐름이 시시각각 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IBM은 장기간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조언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배효진 기자 (termanter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