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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 할인은 애교'..소비자 불신 자초한 수입차

기사입력 : 2015년04월30일 11:02

최종수정 : 2015년04월30일 11:12

유로6 시행 앞두고 묻지마식 할인…"시장질서 무너뜨리고, 불평등 초래" 지적

[뉴스핌=송주오 기자] #서울에 사는 30대 후반의 A씨는 수입차 구매를 고민하던 중 BMW의 한 딜러로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받고 깜짝 놀랐다. A씨가 견적을 받은 모델은 BMW X1 xDrive 18d로 26%의 할인율을 적용받아 3700만원대에 구매가 가능했다. 이 모델의 정가는 5110만원으로 1400만원 가량을 절약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최근 수입차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BMW 외에도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업체들 중심으로 대규모 할인 행사가 진행됐다. 아우디의 경우 지난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A6 전 차종에 대해 최대 19.5%의 할인률을 적용하기도 했다. A6 45 TDI 일반모델이 7340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약 1430만원을 깎아 준 것이다.

강남에 소재한 한 BMW 딜러는 최고 26%의 할인율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독일 업체들이 20%가 넘는 할인율을 제시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전했다.

파격할인의 효과는 컸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수입차 판매량은 5만8969대로 전년동기대비 32.7%나 증가했다. 점유율도 13.9%에서 17.4%로 3.5%포인트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산차는 27만9844대(상용 제외)를 팔아 소폭 증가에 그쳤다. 점유율은 82.6%로 오히려 줄었다.

독일 업체들이 20% 안팎의 할인 전쟁을 벌인 가장 큰 이유는 오는 9월 시행을 앞둔 '유로6'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디젤 차량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는 독일 업체들로써는 시행 전 빠르게 재고를 소진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유로6는 유로5에 비해 질소산화물은 80%, 미세먼지는 50% 더 감축해야 하는 배기가스 규제다.

오는 9월부터 자동차 제조사들은 유로6를 충족하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거나 배기가스를 줄이는 후처리장치(공해저감장치)를 부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차량 가격이 200~300만원 인상될 전망이다.

BMW X1과 아우디 A6의 경우 유로5 모델로 곧 유로6를 만족하는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다. 즉 규제를 충족시키면서 재고 소진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를 위해 할인 전쟁을 벌인 것.

유로6를 관장하는 환경부 관계자도 사견을 전제로 "업체 입장에서 규제 시행전 만들어 놓은 물량을 어떻게든 판매해야 하지 않았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수입차업계의 할인경쟁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업계의 관행을 넘어선 '묻지마식 할인'으로 시장질서를 어지럽혔다는 것이다. 통상 자동차 업체들은 매월 초 그달의 할인 행사 프로그램을 발표한다. 이와 함께 각 영업사원 별로 추가적인 할인을 진행한다.

10년 이상 자동차 업계에 종사한 한 관계자는 최근의 상황에 대해 "시장질서를 무너뜨리고 어지럽히고 있지 않느냐"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대해 해당업체들은 "각 딜러사들이 자체적으로 한 행사이며 한국지사와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다. 각 딜러사들이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이나 오프라인 홍보물을 보더라도 지점별 연락처가 기재돼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지사의 개입 없이 딜러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행사가 아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브랜드 가치를 관리하고 판매량을 조절하는 한국지사의 개입 혹은 묵인 없이는 진행할 수 없다는 논리다.

수입차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딜러들이 자신들의 마진을 포기하면서까지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했다는 것은 한국지사에서 어떤 형태의 이익을 보장해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지사와 협의 없이 진행될 수 없다"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시켜야 하는 입장에서 딜러 독단적으로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수입차들은 소비자 간 불평등을 초래했다는 지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는 동안 구매한 소비자는 큰 혜택을 봤다. 하지만 이전 구매한 고객들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조건으로 계약해 불만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어느 시기에 구매하고 어느 딜러를 만나느냐에 따라 구매가가 달라진 것 아니냐"며 "(할인 전 구매한)소비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입차 업체에서 고객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가격 차이를 일부 보상해줬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로5 모델이 대부분 소진된 이달 이후 실적을 눈여겨 봐야할 것"이라며 무너진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 여부가 향후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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