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B 지분 5% 넘지만 50년간 총재는 일본인만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서 한국의 지분율이 3%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당초 예상했던 5~6% 수준에 비해 절반에 불과한 것. 이로 인해 AIIB 가입으로 기대했던 경제적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분 5%를 넘게 확보하고도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의 복사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제기구에서는 그 나라의 경제력과 얼마나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최고의사결정기구에 끼어야 실익을 챙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실상 들러리 역할만 맡게되고, 텃새에 시달려야한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미국(지분율 17.1%)이 좌지우지 하고, ADB는 일본(지분율 15.7%)이 총재 자리를 독식하는 것이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AIIB를 만든 이유는 아시아 인프라 개발을 위한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기도 하지만 기존 국제기구에서 홀대받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에서 중국의 지분율은 5.1%, ADB는 6.5%에 불과하다. 중국은 지분율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유럽 등의 견제를 받아야한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일이다.
주요 다자개발은행의 지분율과 지배구조. <표 제공=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우리나라는 ADB 지분을 5% 넘게 갖고있다. 그러나 1966년 ADB 출범이후 반세기 동안 총재 한 번 하지 못했다. 역대 9명의 총재가 모두 일본인이었다. 아시아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AIIB에서만은 기존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늦었다고 하지만 AIIB 창립회원국으로 전격 참가를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AIIB에서 지분율을 늘리고 부총재나 이사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소한 최고의사결정기구에는 한국인이 있어야 아시아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들의 참여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곳곳에 복병이 숨어있다. 일단 러시아가 AIIB에서 역내국으로 분류됐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확보할 수 있는 지분율이 당초 예상보다 떨어지게 됐다.
당초 정부는 6% 이상까지 지분율을 예상했으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분석결과 러시아가 역내국으로 되면서 3%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또 AIIB 대주주인 중국이 거부권(veto power)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투명성 논란을 잠재웠지만 의사결정 및 사업이행, 평가 등의 과정에서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할 우려도 남아 있다.
잘못될 경우 ADB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임호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협력정책실장은 "향후 AIIB 가입국이 늘어날수록 지분율 유지가 어렵지만 국가신용도가 높고 자본금을 제공할 수 있는 비차입 회원국과의 협력 및 연대를 통해 향후 AIIB 설계 및 운영에 적극적인 입장을 개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 관계자는 "적어도 AIIB 이사국이 돼야 앞으로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의 건설 및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경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AIIB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