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최신폰 → 중고폰 판매…外사업자도 등장
[뉴스핌=김기락 기자] “한국인지, 동남아인지 구분이 안 된다”
최근 휴대폰을 구입하기 위해 서울 강변역 테크노마트 6층을 방문한 이 모 씨는 “휴대폰 매장에 한국 사람 보다 동남아 사람들이 훨씬 많다”며 의아해했다. 중고폰을 사려는 동남아 등 외국인들로 매장이 북적였기 때문이다.
강변 테크노마트 고주원 상우회장은 23일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후 국내 휴대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중고폰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었다”며 “외국인과 한국인 손님 비율은 9:1 정도로 한국 사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되면서 최신 스마트폰 판매가 어려워지자, 휴대폰 매장이 궁여지책으로 중고폰 판매에 나서고 있다. 고 회장은 “정부 규제가 강화되면서 판매점들이 폐업하거나 중고폰 판매점으로 전락했다”며 씁쓸해했다.
그에 따르면 집단상가인 테크노마트 220개 휴대폰 매장 중 중고폰을 판매하는 곳은 90여곳으로, 단말기유통법 시행 전 10여곳에 불과한 중고폰 매장이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뉴스핌 자료사진> |
휴대폰 판매점을 내려면 ‘사전승낙서’를 발급받아야 하지만 중고폰 판매점은 사전승낙이 필요없다. 사전승낙은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휴대폰을 판매하려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업자의 승낙을 받는 제도다.
중고폰 가격대는 보통 5만~30만원대다. 외국인들이 중고폰을 사서 현지 국가로 들어가 판매한다. 국내 제조사들은 스마트폰을 공장에서 국가잠금장치(Country lock)을 해제 후 출고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현지 유심(USIM)만 끼우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고 회장은 “외국인들이 한국에 공부하러 왔다가, 중고폰 아르바이트해서 돈 벌어 판매점을 차린다”며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고폰 시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사업자를 내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적으로 강변 테크노마트에 외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은 지난해 1~2곳에 불과했으나 최근 15개로 늘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래부와 방통위 등 정부가 중고폰 활성화 등을 통해 가계통신비 절감에 나섰으나 최신폰 및 프리미엄폰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패턴과 이통 시장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