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됐던 연방준비제도(Fed) 3월 회의 의사록이 공개된 가운데 뉴욕증시가 보합권에 갇힌 모습을 연출했다.
의사록 발표 직후 일시적으로 하락했던 지수는 상승세를 회복했지만 뚜렷한 방향을 잡지 못했다.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정책자들의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한층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8일(현지시각) 다우존스 지수가 27.09포인트(0.15%) 오른 1만7902.51에 마감했고, S&P500 지수는 5.57포인트(0.27%) 상승한 2081.90을 나타냈다.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40.59포인트(0.83%) 뛴 4950.82에 거래를 마쳤다.
석유 업계의 메가톤급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졌지만 증시 전반에 미친 영향은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시선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날 발표된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정책자들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대립각을 세울 뿐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책자들은 6월이면 연방기금 금리를 인상할 만한 여건이 충분히 갖춰질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다른 정책자들은 적어도 9월까지 금리인상을 보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내년까지 금리인상을 단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리인상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부분은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이다. 국제 유가의 약세 흐름이 멈추지 않았고, 달러화의 상승 탄력이 꺾이지 않은 만큼 디스인플레이션이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매파 정책자들은 고용 지표를 포함한 경제 지표가 통화정책의 정상화를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주장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한 해외 중앙은행의 부양책에 대해서도 정책자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일부는 주요국의 부양책으로 인해 달러화 상승 압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이를 감안해 금리인상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부양책에 따라 해외 경제가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라 미국 수출 경기가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연준의 긴축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이와 별도로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6월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에는 걸림돌이 크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기 회복의 둔화 조짐이 뚜렷하고, 고용 시장의 압박도 작지 않다는 주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이사는 미국 경제가 올 하반기 금리인상이 가능할 만큼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주가 밸류에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으며, 주가 고평가가 금리인상의 원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의사록과 관련, BTIG의 댄 그린호스 전략가는 “어떤 면에서 의사록의 중요성 자체가 약화됐다”며 “3월 고용 지표가 연준 회의 이후에 발표됐기 때문에 매파 정책자들의 입장이 그 사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이번 의사록에는 이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에버뱅크 월드 마켓의 크리스 가프니 대표는 “이번 의사록에서 정책자들이 지표를 주시하고 있다는 점 외에 달리 의미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며 “분명한 것은 3월 이후 발표된 지표가 부진했고, 때문에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LPL 파이낸셜의 존 카날리 전략가는 “연준 정책자들의 대다수는 여전히 인플레이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연준의 금리인상은 아직 요원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키 프라이빗 뱅크의 브루스 맥카인 최고투자전략가는 “주식시장은 오르고 싶어 하지만 이익부터 통화정책 불확실성까지 걸림돌이 적지 않다”며 “현재 증시는 지표 부진과 이익 감소를 소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애플은 소시에떼 제네랄이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 가운데 0.5% 하락했다. 소시에떼 제네랄은 애플의 아이폰 판매가 앞으로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한 한편 애플워치의 반응 역시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섹터는 약세를 나타냈다. 로열 더치 셸의 영국 BG 인수 소식이 전해졌지만 유럽과 달리 미국 석유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엑손 모빌이 2% 가까이 하락했고, 셰브런 역시 1.7% 내렸다. 국제 유가가 7% 가까이 급락하며 배럴당 50.42달러로 떨어지면서 관련 종목에 하락 압박을 가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