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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톡] 이수경 "호된 경험-철판 깐 연기, 성장통이겠죠"

기사입력 : 2015년04월17일 17:07

최종수정 : 2015년12월29일 17:38

 

[뉴스핌=글 이현경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오해와 편견, 내가 본 것이 사실일 수는 있지만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신인 배우의 태도가 논란이 됐다. 새내기다운 당돌함이 아닌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과 행동이 언론과 네티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올해 1월 tvN 월화드라마 ‘호구의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공식적인 자리가 처음인 신인 배우 이수경(19)이 선배 배우 최우식에 “호구 같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 게 발단이었다. 행사 이후 이 신인 배우를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점은 배우의 태도였다. 대중과 언론이 신인에게 바라는 자세는 이미 약속처럼 정해져 있다. 서툴더라도 씩씩하게 그리고 조심스러우면서도 두려워하지는 말아야 한다. 여기에 신선함 마저 갖춰지면 더 좋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대중과 마주하는 공식행사에서는 진지하고 명확한 답변을 해야 한다. 신인 배우 이수경은 날것 그 자체로 무대 위에 올랐고 대중과 첫 대면에서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았다. 

tvN ‘호구의 사랑’ 종영 후 이수경과 마주했다. 특유의 어눌하면서도 담담한 말투가 매력적인 그는 밝은 얼굴로 취재진을 맞았다.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듯 낯설어하는 표정도 보였다. 태도 논란 후 소속사 관계자와 드라마 방영 중 마련된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두 차례 사과의 입장을 밝혔지만 여전히 마음의 짐을 깨끗이 털어내지 못한 듯 불안해 보였다. 그리고 그날의 일에 대해 힘들게 입을 열었다.

“많은 걸 배웠어요. 사람들 앞에서 제 생각을 전달하기 전에 충분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걸요. 잘못하면 오해를 일으키게 되니까요.  ‘호구 같다’는 의미는  ‘우식 오빠가 극중에서 맡은 인물인 호구를 잘 표현 하더라’는 칭찬이었어요. 유이 언니, 우식 오빠, 슬옹 오빠와 모두 친하거든요. 그런데 사적인 자리가 아니라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자리에서는 제가 자제해야 했어요. 너무 가벼운 행동이었죠. 앞으로는 이 같은 일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수경은 올해 스무 살, 만 19세다. 제작발표회 당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이었다. 이제 갓 사회생활을 출발하는 지점에 선 이수경은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사회초년생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에서 끝나면 다행이지만 첫 등장이 너무나 강렬했던지라 이수경의 오만한 태도가 편견이 될 수도 있다. 이 점은 이수경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사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 제작발표회 전날, 나름 제작발표회용 질문도 뽑고 연습도 했어요. 주로 드라마에 대한 생각이나 제 캐릭터에 대한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제게 질문이 많이 쏟아지더라고요. 예상하지 못했는데, 찰나의 방심이 화를 부른 거죠. 이제 막 시작하는 사회생활에 저도 정신이 없어요. 다들 저보다 어른이시잖아요. 어떻게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막막해요. 제 첫인상 때문에 계속 안 좋게 봐주실까 무섭고 겁도 납니다.” 

실제 이수경은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연기에 도전하게 된 건 아버지의 권유였고 이를 시작으로 연기학원에 다녔지만 대사 한 마디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안녕하세요’의 ‘안’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수줍은 소녀였다.  

“제 안에 또 다른 이수경이 사나 봐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와 있을 때와 낯선 사람과 있을 때 완전히 달라요.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연기학원에 갔어요. 연기수업을 받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안녕하세요’라는 대사였는데 괜히 쑥스러워서 몇 번 만에 성공했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께서도 지치지 않고 제가 할 때까지 시키셨고요. 그러다 제가 툭 대사를 던졌어요. 그러자마자 ‘이렇게 쉬운 걸, 진작 내뱉을 걸’ 생각이 들었어요. 무슨 일이든 시작 전이 가장 떨려요.”

대중은 스무 살 이수경의 풋풋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호구의 사랑’에서 이수경은 연애의 달인이자 썸의 지존인 호경을 맡았기 때문이다. 실제 스무 살인 이수경은 연애경험이 많지 않다. 그럼에도 극중 연애 고수의 내공이 느껴지는 대사를 차지게 소화해 모두가 놀랐다. 이수경은 호경의 대사 때문에 놀랐던 에피소드 두 가지를 소개했다. ‘키스는 술 먹고 하는 인사야’란 대사와 콘돔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호경의 대사에서 충격받은 게 많죠. 세상에, 키스가 그냥 술 먹고 하는 인사라니요. 사랑하는 사람과 나누는 애정표현이잖아요. 키스를 아무렇지 않게 ‘인사’라고 정의하니까 부끄럽더라고요. 특히 콘돔 파는 장면은 꽤 민망했어요. 그래서 NG 없이 한 번에 가려고 얼굴에 철판을 깔고 연기했죠.”

방송 전 논란에도 다행히 이수경의 연기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일단 이수경은 자신이 지금 상황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연기로 평가받는 것이라고 이를 악문다. 그는 자신의 롤모델이 김혜수라 밝히며 작품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고 했다.

“‘호구의 사랑’을 통해 반성할 만한 일도 있었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도 됐어요. 이제는 연기로 이수경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받아야죠. 배우는 연기로 자신의 진가를 설명해야 하니까요. 김혜수 선배가 출연하는 영화 ‘차이나타운’에 출연하게 돼 함께 리딩할 기회가 있었어요. 선배님은 자신의 대사와 장면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작품 전체의 그림을 그리더라고요. 감동 그 자체였어요. 저도 그 점을 본받아 대중에게 제 감정을 잘 전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 이형석 기자(leeh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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