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흑자, PE 호재, 핀테크, 후강퉁, 구조조정 성과 등 배경 다양
[뉴스핌=김양섭 기자] "다른 섹터보다 증권주가 너무 좋은 것 같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중에 대박 종목이 나올 것 같다."
지난 3월 말 기자와 만난 A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자신이 담당하고 업체들보다 증권주 얘기를 더 많이 했다. 그가 언급한 한 종목(증권주)은 그 당시 이미 장기간 횡보구간에서 보였던 주가에 비해 이미 50~60% 가량 올라선 상태였지만, 이 달 들어서도 급등세가 이어졌다.
여의도 증권가 전경 <사진=뉴스핌DB> |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거래대금 증가 등 증권업황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면서 대부분의 증권주들이 지난달부터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일부 중소형주들의 상승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월 말 2185원에서 최근 4000원을 넘어섰다. 전날 종가는 4460원이다. 주가 상승세의 배경은 역시 '실적'이다. 유진투자증권 한 관계자는 "원래 당초 회사 목표가 리테일 부분에서 적자를 줄이는 것이었는데, 1분기에 이미 흑자로 돌아서는 분위기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점진적인 구조조정의 효과가 최근 수익성 증가로 연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리사주를 받은 직원들은 최근 주가 상승에 환호성을 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또 다른 직원은 "보호예수가 1년 걸려 있어서 당장 차익실현하지는 못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고 사내 분위기도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지난달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증권사 분위기가 어려웠는데 점점 더 좋아지는 것 같다"면서 "지난해 유상증자 후 우리사주 주가가 60%나 올라 직원들도 즐거워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작년 9월에 진행한 유상증자 발행주가는 1800원이다.
지난달 부터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여왔던 KTB투자증권 주가는 이달 초부터 급등했다. 2월 말 2180원이던 주가는 최근 4230원(6일 장중 고점)까지 올랐다. 다른 증권주들과 마찬가지로 업황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가운데, 최근 프라이빗에쿼티(PE) 부분에서의 호재도 발생했다. 동부익스프레스의 매각 이슈 등이 기대감으로 작용한 것이다.
KTB PE-큐캐피탈 컨소시엄은 디벡스홀딩스유한회사라는 이름으로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100%를 들고 있는데, 매각작업이 조만간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KTB투자증권은 KTB PE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PE가 매각차익을 거둘 경우 KTB투자증권의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박혜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KTB투자증권에 대해 "(PE 등의 이익 회수 관련) 현재 완료됐거나 진행중인 딜이 4건이데 이 중 3건은 연내 이익기여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회수하는 이익은 건마다 다르지만 사측은 건당 20억~50억원가량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핀테크 이슈로 올해 초부터 시장의 관심을 받은 키움증권 역시 중소형 증권주들의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종목이다.
키움증권은 이미 1월부터 급등 구간에 돌입했다. 이후에도 상승세는 꺽이지 않고 이달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작년 연말 4만6100원이던 주가는 최근 8만원을 넘어섰다. 키움증권은 핀테크의 핵심 이슈 중 하나인 인터넷뱅크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증권사이다. 6월부터 도입될 가격제한폭 확대 제도의 수혜도 거론된다.
박진형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하한가에 도달하는 빈도가 중소형주에 집중되는 점을 감안하면 리테일 기반의 증권사가 변동성 확대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 주식시장 시가총액 회전율이 상승하면서 개인 매매 비중도 동반 상승하고 있는데,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전체 주식시장)은 작년 기준으로 13.4% 수준이었으나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14%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골든브릿지증권은 구조조정 후 사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다. 골든브릿지증권 주가 역시 1월 들어 급등한 이후 최근까지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달 30일 골든브릿지증권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송훈 사장은 "올해 흑자전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뉴스핌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저축은행 문제 등으로 신용이 많이 떨어졌는데, 구조조정을 마치고 그룹 이슈도 해결됐기 때문에 영업에 매진할 일만 남았다"면서 "증권은 올해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홀세일과 IB에 강점을 가진 회사이고 리테일도 수익구조가 개선됐다"면서 "조직이 상당히 축소된 상태인데 앞으로 우수한 인력들을 영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안타증권은 '중국' 기대감이 반영됐다. 증권 업황 호전 호재에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가장 '핫(Hot)'한 테마로 부상한 '중국'이 추가됐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후강퉁 시행 이후 관련 고객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교보증권 박혜진 연구원은 "후강퉁이 시행된 지난해 11월17일부터 지난 2월12일 기준까지 국내 투자자의 누적 거래규모는 1조7700억원인데, 이 기간간 유안타증권의 점유율은 12%에서 21%까지 상승했다"면서 "연내 시행 예정인 선강퉁까지 고려한다면 시장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이며 유안타가 가진 경쟁력으로 앞으로 수탁수수료 수익의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장기간 횡보구간에서 하루 거래량이 수천주에서 1만주 수준으로 거래기근 현상이 있었던 이베스트증권도 최근 거래량이 늘면서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전날 거래량은 44만주에 달한다. 다만 이 구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매가 없고, 기관투자자들 일부는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어 주로 개인투자자들 중심의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베스트증권 관계자는 최근 회사 현황에 대해 "최근 애널리스트 인력을 보강하는 등 법인영업과 함께 투자은행(IB)부문을 강화하려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의 실적이 좋은 이유는 거래대금 증가로 인한 브로커리지 수익과 채권 평가이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주식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 규모는 7.6조원 수준으로 증가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또 양호한 주가 상승세로 ELS의 조기상환이 증가하고, 금리하락에 따른 채권 평가이익도 증가했다.
이런 측면에서는 대형주들도 대부분 수혜주로 분류된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실제로 수익 측면에선 대형주가 유리할 수도 있는데, 수급 탄력 측면에서는 대형주보다 중소형주들이 급등락세가 큰 것처럼 대형 증권사보다 중소형 증권사에 매수가 몰리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교보증권은 중소형 증권사 톱픽으로 KTB투자증권, 유안타증권, 대신증권 등을 꼽았다. 대신증권에 대해선 "수익구조 다변화 시도로 인수한 대신 F&I, 대신저축은행, 대신자산운용 등 자회사의 수익성이 올해부터 가시화되면서 이익기여도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뉴스핌 Newspim]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