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에 정부 정책효과 영향, 기저효과 없는 3월 흐름이 중요
[편집자] 한국 경제가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펴고 있다. 56조원이 넘는 재정정책과 세 차례 금리를 인하한 통화정책이 쌍끌이로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경기를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뉴스핌은 긴급 경기점검을 통해 생산과 소비, 투자, 수출, 물가, 고용상황을 조망해보고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경제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본다.
[세종=뉴스핌 곽도흔 기자] 3월 무역수지 흑자가 84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는 0%대 안정세를 지속하고 있다. 산업생산, 소비 등 주요 경제지표도 반등하며 경기 회복 흐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급격히 꺾였던 경기가 생산과 소비를 중심으로 점차 살아나는 모습이다.
56조원을 쏟아붓는 정부 정책과 세 차례의 금리인하, 저유가, 유커(중국관광객) 증가, 주택매매거래량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2월 산업생산이 반등한 것은 1월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이에 따른 기저효과도 있어 3월 흐름을 봐야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또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나 청년 실업률 등은 여전히 봄기운을 느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3월 무역수지는 84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38개월 연속이다. 수출증가율은 1월부터 -0.4%, -3.4%, -4.2%로 감소세지만 유가하락의 영항이 컸다. 산업부는 석유화학·석유제품 등 유가하락의 영향을 받는 품목을 제외한 수출증가율을 0.2%로 보고 있다.
◆무역수지 38개월 연속흑자, 전산업생산 4년만에 최대
같은날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대비 0.4% 상승해 4개월 연속 0%대 저물가를 유지했다.
하루 앞서 발표된 '2015년 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세월호 참사 직전인 지난해 3월과 같은 100.5를 나타냈다.
전산업생산은 전월대비 2.5% 증가해 2011년 3월(4.0%)이후 최대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제조업 등이 포함된 광공업생산은 자동차와 반도체 등이 호조를 보이며 전월에 비해 2.6% 증가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도소매, 금융·보험업 등이 늘어 1.6% 증가했다.
세월호 참사로 가장 저조했던 소비도 음식료품, 의복 등의 판매가 늘면서 전월대비 2.8% 증가했다. 대형마트(22.6%), 슈퍼마켓(13.0%), 편의점(6.3%) 등 모든 업태에서 증가했다.
우리 경제가 점차 기지개를 켜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다만 청년실업률 등 고용상황은 아직 한겨울을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복세를 보기 위해서는 3월 경기흐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설비투자지수도 지난해 8월만 해도 95.7로 기준치인 100을 하향했지만 2월에는 112.6으로 근래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항공기나 자동차 등의 투자가 늘었다. 건설기성도 건축과 토목공사가 늘면서 전년동월대비로 0.2% 증가해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증가전환했다.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건설수주액, 국제원자재가격지수(역계열)의 호조를 바탕으로 103.1을 나타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국면과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아울러 소비자물가도 유가하락의 영향으로 4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부터 3차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부양 정책의 영향으로 2월 전국의 미분양주택이 3만3818호로 전월에 비해 8.6%나 감소했다. 주택매매거래량도 수도권과 서울이 전년동월대비 각각 4.3%, 10.4%나 증가해 2006년 2월 이후 최대거래량을 나타냈다.
◆전국 미분양주택 8.6% 감소, 코스피 2000 돌파
건설사 체감경기인 지난달 CBSI(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도 94.9를 기록해 전월보다 11.4p 올랐다. 2개월 연속 상승해 지난 2009년 9월 이후 5년 6개월만에 최고치다.
주식시장도 코스피지수가 1월말 1949포인트에서 최근 2000~2050포인트 흐름을 보이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2월 산업활동이 호조를 보인 것은 1월에 크게 나빴던 기저효과도 있다. 1~2월을 같이 놓고 보면 광공업생산과 설비투자는 여전히 각각 -0.3%, -1.1%다. 또 서비스업생산과 소비가 각각 0.4%, 0.2% 증가했지만 설 연휴가 낀 것을 감안하면 부진했다. 다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조기집행, 주택시장 회복 등 정부의 정책 효과 힘입은 건설투자만 6.6%로 급증했다.
취업자가 30만명대에 그치고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고용상황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결국 지난해와 올해 50조원이 넘게 돈을 푼 정부 정책효과를 제외할 경우 여전히 경제지표는 회복세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나올 수 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경제 회복 여부는 이제부터"라며 "1~2월보다는 3월의 흐름이 중요한데 국내 경제에서 내수용 출하는 소폭이나마 개선된 반면 수출용 출하가 부진했는데 계절적으로 경제활동이 본격화되는 3월 특히 수출 향방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3월 경제주체의 경기심리도 기업 경기심리는 개선된 반면 가계소비심리가 악화된 점은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경기흐름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정정책자문회의 민간위원 간담회에서 "최근 경제는 부동산·주식시장과 창업활동 등에서 점차 개선의 조짐이 보이고 있고 금리인하와 재정투자 확대 등으로 그간 위축된 소비·투자 심리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