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여자의 가슴을 만지는 거로 고백을 대신하는 패기는 기본이요, 용돈을 끊겠다는 아빠의 선전포고에 “지금 내 양육권을 포기하겠다는 건가.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야지”라고 외치는 뻔뻔함까지. 여기에 ‘고추행성의 침공’이라는 시나리오를 구상하는 재기발랄함(?)도 갖췄다. 절친 경재는 그를 이 한마디로 설명한다. “그의 목표는 숨을 쉬는 것이다. 이미 이뤘다.”
그간 모든 작품에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배우 김우빈(26)이 처음으로 자신을 모두 내려놨다. 처음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수보다 맞는 횟수가 더 많고 오토바이를 타던 긴 다리는 자신을 때리러 달려오는 아빠를 피할 때 요긴하게 쓰인다. 게다가 원래 그런 사람마냥 지나치게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스무 살 청년 치호의 옷을 입은 그는 그렇게 코믹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하며 지질의 역사를 새로 썼다.
25일 개봉한 영화 ‘스물’(제작 ㈜영화나무, 공동제작, ㈜아이에이치큐, 제공·배급 NEW)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누구도 사랑할 수 있는, 무한대의 가능성이 열리는 나이 스물을 맞이한 혈기왕성한 세 친구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의 각색가로 활약한 이병헌 감독의 첫 상업 데뷔작으로 특유의 ‘말맛’이 관객의 웃음보를 자극한다.
“시나리오 한 번 보고 바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이 글 쓴 사람은 천재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죠.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요? 정말 ‘말발’이 좋은 작가라고 생각했고 무한 신뢰가 갔어요. 또 전체적으로 공감도 많이 됐고요. 특히 치호가 굉장히 매력 있었죠. 처음 딱 보고는 ‘미친 말’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감독님께도 치호를 하고 싶다고 했어요.”
극중 김우빈이 연기한 치호는 인기만 많은 놈이다. 더 정확히 설명하면 눈빛만 던져도 무조건 낚이는 매력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잉여의 삶을 지향하는 인기 절정의 백수다. 그의 삶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일이라면 여자 꾀기와 숨 쉬는 것 정도? ‘반듯한’ 실제 김우빈과는 확실히 거리감이 느껴진다.
“저랑 다르긴 하죠. 전 부모님께 용돈 달라고 떼써본 적도 없어요(웃음). 하지만 저 역시 집에 있을 때 멍 때리는 시간이 많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죠. 그리고 전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어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어도 자기 나름대로 생각을 하는 거죠. 미래에 대한 게 아닌 여자에 관련된 거라도요(웃음). 치호와 같진 않지만, 시나리오를 읽고 치호의 생각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촬영할 때는 온전히 치호가 됐죠.”
막무가내 같아도 치호가 친구들보다 월등히 뛰어난(?) 점도 당연히 있다. 마성의 매력남인 만큼 그의 주위에는 여자가 꽤 많다는 것. 다만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는 오래된 여친 소민(정소민)은 결국 경재(강하늘)의 여자 친구가 되고 ‘썸녀’였던 배우 지망생 은혜(정주연)는 그를 가차 없이 떠난다. 귀여워하던 경재의 동생 소희(이유비)야 말할 것도 없이 일편단심 동우(이준호) 바라기다.
“촬영하면서도 치호가 하는 게 사랑인가 답을 내리지 않았어요. 그리고 그건 시간이 지나야 알 수 있을 듯해요. 스무 살 때는 사랑이 뭔지도 몰랐죠. 지금도 뭐가 맞는 건지 모르고요. 정의할 수 없으니까 계속 물음표를 던졌죠. 더욱이 치호나 경재 같은 경험은 해본 적도 없고요. 실제로 제 여동생을 동우에게 소개해 줄 수는 있느냐고요? 절대, 셋 다 절대 안돼요(웃음).”
김우빈과 치호가 성격만 다른 건 아니다. 실제 그의 나이 역시 스무 살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 속 치호의 나이였던 열아홉, 그리고 스물의 김우빈은 자신의 이십 대 후반을 어떻게 그렸을까.
“전 모델학과 교수가 될 거로 생각했어요. 조금 달라졌죠. 모델 일에서 조금 폭이 넓어진 듯해요. 그래도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 위해 공부도 하고 싶고 제가 경험했던 걸 전해주고 싶어요. 물론 제 맘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요. 어쨌든 제가 스무 살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조금 더 많은 걸 경험하고, 더 많은 사람 만나고,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 보라는 거죠. 미팅도 꼭 해보고요. 전 정말 미팅을 한 번도 안 해봐서 너무 후회되거든요(웃음).”
비록 미팅은 못 해봤을지언정 또래보다 알차고 야무진 스무 살을 보낸 덕에 김우빈은 이제 대한민국 여심을 사로잡는 대세로 자리 잡았다. 2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그는 드라마 ‘학교 2013’ ‘상속자들’, 영화 ‘친구2’ ‘기술자들’ ‘스물’ 등 수 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종횡무진 활약했다. 그러니 당연히 차기작에 대한 관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아직 다음 작품을 결정하지 못했다는 김우빈은 차기작 선택에 있어 신중하다.
“서른이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웃음), 그땐 조금 더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돼 있었으면 해요. 마음의 여유도 생겼으면 좋겠고요. 사실 전 스스로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실패도 맛봤고요. 하지만 실패하면 내일 또 해보면 되는 거잖아요. 날 다잡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가장 중요하죠. 스트레스 받아봤자 자기만 손해라니까요. 전 그래서 늘 새롭고 설레고 자극되는 이 일을 즐기면서 계속해나가고 싶어요. 반듯한 역할 안할 거냐고요? 저도 하고 싶은데 생긴 게 이래서(웃음)….”
배우는 배우대로, 모델은 모델대로…“놓고 싶지 않아요” |
[뉴스핌 Newspim] 글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