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vs 채권단, 무늬만 '합의'…평행선 여전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그리스 금융위기 해결을 위해 도출된 구제금융 연장안 이행이 개혁안에 대한 이견으로 브레이크가 걸린 가운데 23일(현지시각)로 예정된 그리스와 독일 정상의 일대일 회동에서 실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23일 회동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사진: AP/뉴시스] |
22일 독일 일간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일요판인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너 존탁스자이퉁(FAS)에 따르면 그리스 재정 상황은 4월 둘째 주까지 버틸 수 있는 정도이지만 그리스 정부는 당장 이달 말까지 공무원 임금과 연금 지불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내달 9일부터는 국제통화기금(IMF)에 4억6700만유로 규모의 채무 상환에 나서야 하며 단기채무 차환도 마무리해야 한다.
자금 사정이 이처럼 급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구제금융 마지막 지원분인 72억유로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지원 조건인 개혁 이행을 둘러싸고 국제채권단과 그리스 정부의 입장차는 여전한 채 비난전만 이어지고 있다.
지난주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가 그리스에 인도주의적 위기 완화를 위해 20억유로의 개발 기금을 지원하겠다고는 했지만 구제금융 지원분에 대한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EU가 자금 지원에 나서지 않는 한 그리스 정부의 부채 상환은 불가능하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치프라스 총리는 23일 메르켈 총리와의 회동에 앞서 독일측에 전달한 5장짜리 서한에서 올해 봄과 여름 갚아야 할 부채는 산더미인데 EU는 물론 유럽중앙은행(ECB)까지 단기국채 발행을 제한하며 그리스의 목을 옥죄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유럽 등 국제채권단은 그리스가 개혁에 관한 진지한 움직임을 보여야만 자금난이 해결될 수 있다며 강경론을 굽히지 않고 있다.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재무장관은 EU정상회담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로존 국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승인된 개혁안을 완전히 이행하기 전까지는 자금지원에 나설 수 없다며 이 과정이 길게는 수 개월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리스 사태 해결의 열쇠는 그리스만이 가지고 있다면서 치프라스 총리는 올해 그리스 성장률이 1.5% 이상이 될 것이며 재정흑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1~1.5%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는데 이를 확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SJ는 또 그리스 정부가 독일 측에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의한 피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 때문에 독일인들 사이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지지하는 의견이 59%로 한 달 전의 48%보다 높아졌다며 여론까지 그리스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3일 치프라스 총리가 메르켈 총리를 만나 어떤 담판을 짓게 될지 시장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유니크레딧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 에릭 닐슨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양국 총리 회동에서 그리스 사태와 관련한 전환점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만약 해결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리스 경제는 붕괴할 것이고 유로존은 혼란의 소용돌이로 빠져들 것"이라며 그리스 정부 역시 이번이 사태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임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기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