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유고시 경영공백 최소화...중소 규모 보험사는 난감
[뉴스핌=전선형 기자] 보험사에도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이 도입된다. 앞으로 보험사 CEO 선출사유와 경로 등의 내용이 낱낱이 공개될 전망이다.
9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사 15곳과, 손해보험사 10곳이 연차보고서를 통해 ‘최고경영자(CEO) 승계 규정과 절차’ 계획을 공시했다. 지금까지 대상이 되는 보험사 22곳 중 15곳이 규정을 마련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의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 마련에 따른 조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4일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본격 시행하고 자산 규모 2조원이 넘는 금융회사 118곳에 대해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규정을 의무적으로 만들고 이를 실시토록 하게 했다. 또 CEO 자격요건을 금융회사 업무 경험과 지식 보유를 기본요건으로 정했다.
이에 그동안 CEO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았던 보험사들은 3월 안으로 도입 규정을 연차보고서에 명시하고 상반기 내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까지 생보사는 현대라이프, 하나생명, PCA생명, 흥국생명, DGB생명, 알리안츠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KB생명, 동부생명, 신한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푸르덴셜생명, 한화생명 등이 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규정을 마련했다. 손보사는 메리츠화재, LIG손해보험, 서울보증보험, 롯데손해보험, 코리안리, 삼성화재, 현대해상, 흥국화재, 동부화재, 한화손해보험 등이 규정을 명시한 상태다.
CEO 승계 프로그램이란 최고경영자가 건강 또는 개인적 사유에 의해 경영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발 빠르게 경영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회사는 CEO 후보군을 정해놓고 이들을 관리·감독하도록 하는 등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선진 금융사들이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 중이며, 국내 금융사 중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가 대표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3월 안에 연차보고서를 통해 CEO 승계 프로그램 관련 규정을 명시해야 한다”며 “모범규준이 정해질 당시 보험을 비롯한 2금융권의 불만이 많았지만 금융사의 경영공백을 빠르게 메우기 위해 CEO 승계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2금융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CEO 후보군을 정해 관리하는 규정은 금융지주사와 은행권만 하도록 예외를 뒀다”며 “2금융권은 단계적 도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권은 CEO 승계 프로그램 도입을 상당히 버거워하는 눈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중소형사는 내부 임원 중 CEO 승계 후보군을 정해 운영하는 것이 다소 애매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중에서도 그룹이 있는 곳들은 내부 임원 중 승진을 통해 CEO 선출이 가능하지만, 외부 인사 영입이 많은 중소형사들은 CEO 승계 프로그램 마련이 무용지물일 수 있다”면서 “현재 규정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은행지주회사 지배구조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배주주가 없고 동일인 주식보유한도를 10%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주주가 없는 은행, 은행지주회사가 CEO 승계프로그램을 마련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대주주가 있는 제2금융권에까지 이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전선형 기자 (inthera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