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는 자본시장 기능 망가트려"
[뉴스핌=김성수 기자] '채권왕' 빌 그로스가 글로벌 통화전쟁이 향후 세계경기 둔화라는 역풍을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빌 그로스 야누스캐피털 펀드매니저 [출처: 야누스캐피털 홈페이지] |
유럽중앙은행(ECB) 등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지난해부터 경기부양을 위해 잇달아 금리인하에 나섰다. 스웨덴과 덴마크 등 일부 유럽국가는 기준금리를 마이너스 수준으로 낮췄으며, 독일과 스위스 일부 은행은 예금금리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로스는 "유럽에서 수익률이 마이너스 수준인 채권은 2조달러 규모에 이른다"며 "이제 투자자들은 돈을 맡겨도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에서 빈곤층이 먹는 귀리죽도 얻어먹지 못하는 신세"라고 풍자했다.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중앙은행들도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4일(현지시각) 예정에도 없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중국 인민은행도 지난달말 대출금리를 낮추면서 3개월간 금리를 두 번이나 인하했다.
그로스는 "글로벌 저금리는 각국 정부와 기업의 부채 부담을 낮춰 미래 경제성장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며 "다만 연금펀드와 보험회사는 그 직격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의 보험회사들은 채권투자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자 기간과 투자 자산의 실질 만기(듀레이션)를 동일하게 맞추는 전략을 써왔다. 그러나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된 후 채권의 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들 기관은 대규모 자금의 투자처를 잃어버리게 됐다.
그로스는 "저금리 환경은 가계의 경제활동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지적했다.
일반 소비자들은 향후 교육비나 퇴직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소득의 일정 부분을 저축한다. 그런데 금리가 낮아지면 미래에 저축으로 얻을 금액이 턱없이 부족해진다. 결국 소비자들은 소비를 더 줄이면서 저축을 늘려야 하고, 투자자들은 수익률이 조금이라도 높은 위험자산에 몰리게 된다. 이는 결과적으로 금융시장 시스템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그로스는 "위험자산군에 속하는 주식과 하이일드 채권은 점점 가격이 올라 버블을 일으킬 것"이라며 "금리가 너무 낮아 돈을 갚기보다 빌리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부채도 점점 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지난 2009년에 붕괴된 이후 점점 취약해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오는 6월부터 금리를 올리려 하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고 그로스는 진단했다.
그로스는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부양 과정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너무 많이 가 버렸다"며 "투자자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채권이나 주가순익배율(PER)이 낮은 주식 등 보수적인 투자자산에 다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