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보험·연기금, 더 많은 위험 감수할 것"
[뉴스핌=김민정 기자] 유럽중앙은행(ECB)의 전면적 양적완화 실시로 유로존 일부 국채와 회사채 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마이너스 차입 금리가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운용 수익을 내야 하는 보험사와 연기금에는 저금리보다 더욱 어려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들고 있으면 손실을 보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유럽 채권에 대한 투자가 지속될 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올해 혹은 내년으로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영란은행(BOE)의 금리인상이 시작된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가진 유럽과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대규모 자본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 블룸버그통신] |
◆ 마이너스 국채 4조달러 시대, 회사채 금리도 '0%' 밑으로
독일과 스위스, 덴마크, 벨기에 등 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는 속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ECB의 돈 풀기에 채권 금리가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말 기준 24개 선진국이 발행한 채권 잔액 중 4조달러의 채권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독일의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5일 마이너스 0.02%까지 떨어졌다.
ECB의 조치는 유로존 밖에 있는 다른 나라의 금리도 움직이게 했다. 지난주 덴마크와 스웨덴의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각각 마이너스 0.48%와 마이너스 0.04%로 하락했다.
마이너스 벤치마크 금리에 회사채 금리도 뒤따라 하락했다. 스위스 네슬레가 발행한 4년 만기 유로화 채권은 이달 초 마이너스 0.008%에 거래돼 사상 첫 마이너스 금리를 기록한 회사채가 됐다.
◆ 연기금·보험사 운용 수익 어려워져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현지시각) 금융투자 전문가들이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탠다드라이프인슈런스 앤드류 밀리건 글로벌전략부문장은 “마이너스 금리는 글로벌 채권시장에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조성한다”며 “만약 이런 현상이 영구적이라면 상당량의 자본 흐름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금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험사와 연기금에는 더욱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전망이다. 그리펀캐피탈인베스트먼트 임원인 헨리 쿡은 “연기금이나 보험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엄청난 압박을 가할 것이고 압박을 받으면 그들은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보험사인 푸르덴셜그룹 로버트 마이클 팔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주 컨퍼런스콜에서 “금리가 떨어지는 것은 생명보험사를 굉장히 힘들게 한다”고 강조했다.
◆ 투자자, 마이너스 수익률 자산에 투자 지속할까?
마이너스 금리는 투자자들이 돈을 빌려주면서 오히려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상황을 ‘보장된 손실’이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지속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애쉬모어그룹 전임 리서치 헤드인 제롬 부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마이너스 금리를 얻고자 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투자자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반면 이코노미스트지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이어갈 5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우선 2008년 금융위기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단 채권을 사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투자자들이 크게 잃지 않기 위해서 조금 잃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디플레이션을 꼽았다. 명목 수익률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물가가 마이너스인 상황에선 실질 수익률이 플러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환차익을 노린 투자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환율이 결국 상대적 물가에 의해 조정될 것이라는 관점에서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해도 스위스프랑의 절상을 기대하는 투자자는 스위스 국채를 살 것이라는 진단이다.
마지막으로 ECB의 국채 매입으로 유럽 채권 투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ECB가 국채를 사면 국채 가격은 오르고 금리는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이 단기적으로 유럽 채권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는 하나의 이유라고 지목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기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