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글 장주연 기자·사진 이형석 기자] ‘형, 눈 내려요. 이런 날은 형 하고 같이 막걸리 한잔 마셔야 하는데….’ 갑작스럽게 내리는 눈에 김명민이 오달수에게 보낸, 두 사람의 친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문자다.
어서 답장하라는 말에 마주한 배우 오달수(47)가 쑥스러운 듯 살짝 미소 짓더니 이내 김명민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참 생각을 많이 해주는 동생이다. 늘 건강도 챙겨준다. 가족이 아닌 이상 누가 그러겠느냐”며 조금은 뿌듯하게 또 조금은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갔다. 장난스레 투닥거리면서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만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 프레임 밖 오달수와 김명민은 서필과 김민과 제법 닮아 있었다.
셜록홈즈와 왓슨, 베트맨과 로빈보다 더 유쾌하고 인간미 넘치는 오달수·김명민 콤비가 지난 12일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개봉 후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제작 청년필름㈜, 제공·배급 쇼박스㈜미디어플렉스, 이하 ‘조선명탐정2’)는 4년 전 개봉한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이하 ‘조선명탐정1’)의 속편이다.
영화는 조선 경제를 어지럽히고 있는 불량은괴 유통사건과 동생을 찾아달라는 한 소녀의 의뢰, 사상 최초로 동시에 두 사건 해결에 나선 명탐정 김민과 서필 콤비가 육해공을 넘나들며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중 오달수는 없어서는 안 될 김민의 환상적인 파트너 서필을 열연했다.
“찍을 때 큰 욕심 안 부렸으니 결과에도 큰 욕심은 없어요. 다만 다들 재밌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죠. 서필만 보면 ‘조선명탐정1’ 보다 조금 역할이 변했고요. 1편에서 의뢰인이었다면, 이제는 왜 탐정 짓을 하지 않느냐고 들이대는 역할이죠. 그런데 이게 김민이 나올 때마다 계속 붙어있어야 되니까 확실히 힘들더라고요(웃음). 그래도 1편에 함께했던 감독님, 배우, 스태프와 함께하니까 확실히 편하고 속도도 빨라졌죠.”
그의 말대로 전편에서 서필은 김민에게 사건을 의뢰한 장본인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선명탐정2’에서는 김민의 파트너를 자청한 인물로 그 역할을 넓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달수의 영화 출연 이유를 비중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섭섭하다. 그가 이번 영화에 출연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의리’ 때문이다.
“출연 결정하고 시나리오 봤어요. 물론 시나리오를 먼저 보여줬지만, 그게 크게 작용하진 않았어요. 어차피 할 거니까 기분 좋게 해야죠. 남자들의 의리라면 의리고요. 김석윤 감독, 김명민 씨, 촬영 감독, 스태프들 모두 함께하자고 했었죠. 2편의 첫 번째 조건도 같이 하는 거였고요. 1편을 찍으면서 ‘2편 나오면 어떻게 할래’하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모두 무조건 가기로 했었어요. 그건 의리고 약속이니까요.”
‘의리’로 뭉친 이들인 만큼 현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게 수월하게 진행됐고 1회 차도 줄이기 힘든 촬영은 10회 차 이상 줄었다. 오달수는 그걸 두고 “이거야말로 앙상블의 힘”이라며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보였다.
영화 ‘조선명탐정2’에서 김민과 서필로 호흡을 맞춘 배우 김명민(오른쪽)과 오달수 [사진=쇼박스㈜미디어플렉스 제공] |
좋았던 그때의 촬영 분위기를 회상하며 미소 짓는 그에게 또 한 번 이어갈 생각은 없느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후속편이 나온다면 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명민은 10편까지 욕심내고 있다는 말에는 “그 녀석 욕심도 참 많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결말에 3편의 여지를 줬는데 또 하지 않을까 싶어요. 안 그래도 제가 제안을 했어요. 3편 찍을 때 4편까지 찍어놓자고요(웃음). ‘반지의 제왕’처럼 말이죠. 나이 먹기 전에 뛰어야지 않겠어요. 어차피 탐정물이면 액션이 분명히 들어갈 테니까 그게 더 효율적인 셈이죠. 그리고 만약 3편이 나온다면 이번에 발견한 부족한 부분을 또 고쳐서 채워서 나오지 않겠습니까.”
요즘 그의 이름 앞에 빠지지 않고 붙는 수식어가 생겼다. 바로 1억 배우. ‘국제시장’을 비롯해 ‘변호인’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등 출연 영화의 동원 관객수가 누적 관객 1억 명을 넘어선 것이다. 수치상으로 한국영화 배우 중 최초 기록이다. 하지만 이조차 “큰 의미 없다”며 멋쩍은 웃음을 짓는 그에게 배우로서 욕심내는 게 무엇이냐 물었다. 대뜸 “연기나 잘했으면 좋겠다”단다.
“한계를 뛰어넘고 싶죠. 물론 지금도 최선이지만, 그 위에는 분명 또 단계가 있잖아요. 지금은 할 수 없는 연기라도 나이를 더 먹고 세상을 더 알면 분명히 할 수 있죠. 그 단계까지 가야 하고요. 좋은 선배들 보면 전 언제쯤 저런 울림을 낼 수 있을까 싶거든요. 아직 전 땡그랑 두부 장사 종에 불과하지만, 나중에는 진짜 깊은 종소리를 내고 싶죠. 그러기 위해서 어제보다 조금 더라는 마음가짐으로 공부를 해나가고 있고요.”
1억 배우답게 극장가에는 출연작 두 개가 나란히 걸어놓은 그는 3월 ‘베테랑’, 7월 ‘암살’을 잇따라 개봉한다. 차기작으로는 ‘연기의 제왕’을 선택했다. 가난한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올드보이’ 조연출 출신인 석민호 감독의 데뷔작으로 투자배급 찾고 있는 단계다. ‘올드보이’ 개봉 후 10년 넘게 이어온 인연은 새로운 작품으로 태어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것도 의리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올드보이’ 연출부 막내부터 하던 친구의 첫 데뷔작이죠. ‘박쥐’ 찍을 때 지나가는 소리로 한번 다음에 영화 하면 꼭 출연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약속 지킬 테니까 걱정 말고 잘 써서 와라고 했는데 온 거죠. 어떻게 하겠어요. 당연히 해야죠. 게다가 소재도 독특하고요. 무엇보다 제가 출연하는 게 그 친구에게 힘이 된다면 해줘야 하지 않겠어요. 이 모든 게 인간이 하는 일, 사람이 하는 일인데 어떻게 칼로 무 자르듯 재단을 하겠습니까. 그건 너무 사는 맛이 없지 않습니까(웃음).”
“남남케미? 이번엔 유해진과 슬픈 영화 도전하고 싶습니다” |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사진 이형석 기자 (leeh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