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아내가 결혼했다’, ‘은교’ ‘완득이’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소설이란 콘텐츠를 영화로 만드는 일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25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소설의 영화화는 2000년에 들어서면서 인터넷소설, 웹툰으로 그 범위를 넓혀갔다. 그러다 2000년대 중후반에 접어들면서 순수문학,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대표적인 예가 2006년 공지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만든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감독 송해성)이다. 이외에도 박현욱의 제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 2008), 공지영 원작 ‘도가니’(감독 황동혁, 2011), 김려령 원작 ‘완득이’(감독 이한, 2011), 박범신 원작 ‘은교’(감독 정지우, 2012) 등이 쏠쏠한 재미를 봤다.
‘도가니’와 ‘완득이’는 개봉 당시 466만 명, 531만 명의 관객을 각각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역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 179만 관객을 동원하며 만족할만한 성적을 기록했다. ‘은교’의 경우에는 여주인공 김고은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라이징스타 어워드, 부일영화상, 영평상, 대종상 신인상,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올해의 영화상까지 6관왕의 영광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처럼 원작의 영화화가 대중들의 관심, 즉 흥행과 직결되다 보니 작품성이 증명된 소설을 영화로 만드는 일은 더욱 잦아졌다. 하지만 성과는 예전만 못하다. 타고난 이야기꾼들의 스토리에 흥행성과 연기력을 모두 인정받은 배우들이 힘을 보탰지만, 매번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영화 ‘고령화가족’, ‘우아한 거짓말’, ‘허삼관’,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포스터(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
지난겨울 관객을 만난 홍부용 원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감독 김덕수)과 바바라 오코너 원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도 결과는 비슷했다. 물론 이 경우 대형 배급사를 등에 업지 못하면서 ‘대기업 스크린 독과점에 따른 상영관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혔다. 하지만 입소문만으로 관수를 늘리며 독립 영화계의 새로운 역사를 쓴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경우를 보면 마냥 스크린 수의 문제라고도 할 수 없는 노릇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작가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하정우, 하지원 주연의 ‘허삼관’(감독 하정우) 역시 지난 14일 개봉 이후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 이어 ‘허삼관’은 한국소설을 활용하는 틀에서 벗어나는 신선한 시도를 했다. 하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중국 현대사라는 시대적 배경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했다고 하지만, 이는 오히려 원작의 맛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혹평만 남겼다.
영화사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사회적 소재를 잘 맞췄다. 하지만 최근에는 너무 감동에 치우친 진부한 소재가 주가 돼 연이어 비슷한 작품이 개봉했다. 게다가 요즘 관객들은 허구적인 이야기보다는 리얼리티에서 그 감동을 찾고자 하는 경향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한다고 반드시 대박이 나는 건 아니다. 그러니 ‘기본은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 감독의 연출과 영상미 등 영화의 완성도를 더하는 다른 요소들에도 주목해야 한다. 원작의 힘에만 의지한 채 다른 요소들을 외면한다면 관객도 그 작품을 외면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영화 ‘내 심장을 쏴라’(왼쪽), ‘화장’ 포스터] |
그리고 프랑스 소설가 카트린 아를레의 장편소설 ‘지푸라기 여자’는 임수정, 유연석 주연의 영화 ‘은밀한 유혹’(감독 윤재구)으로 재탄생, 지난해 6월 촬영을 마무리하고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이혜린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감독 정기훈)도 최근 캐스팅을 확정 짓고 오는 3월 촬영에 들어간다.
이외에도 영국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와 김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화장’이 각각 박찬욱, 임권택이라는 거장의 손을 거쳐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과연 이 영화들이 탄탄한 원작을 능가하는 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