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증권·신한금융투자, 유가 ETF 분할매수 랩 상품 잇단 출시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1월 14일 오후 7시 45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 40대 후반 직장인 김종국씨는 최근 증권사를 방문해 원유분할매수 랩 상품에 대해 상담을 받았다. 국제유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빠졌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추가 하락에 대한 불안감도 있어었지만 유가가 40달러대로 내려오자, 랩 상품의 최소 가입금액인 1000만원만 우선 투자해보기로 했다.
국제유가가 급락세를 이어가자 원유 가격이 하락할 때마다 분할해 매수하는 랩 상품이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DB대우증권은 지난 8일부터 원유에 분할 투자하는 'KDB대우 원유분할매수 랩'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랩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선물 가격 수준에 따라 국내 상장된 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를 분할해 매수한다.
KDB대우증권은 투자자별로 유가 전망치가 다른 점을 감안해 랩 유형을 2가지로 분류했다.
먼저 8일 출시된 랩 상품은 WTI원유선물 가격이 50달러 이상이면 전체 자산의 50%를 'TIGER 원유선물ETF'에 투자하고, 50달러에서 5달러 하락할 때마다 20%를 추가 매수하게 된다.
12일부터 판매하는 랩은 유가 전망을 더 부정적으로 보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상품이다. WTI원유선물 가격이 45달러 이상이면 50%를 ETF에 투자하고, 45달러가 깨지면 추가로 매수하는 구조다. 2.5달러 단위로 하락할 때마다 10%씩 매수한다.
이 랩이 투자하는 TIGER 원유선물ETF(H)는 스탠다드앤푸어스(Standard & Poor's)가 발표하는 S&P GSCI Crude Oil Enhanced Index Excess Return를 추적대상지수로 한다.
수수료도 두가지 유형으로 투자자가 선택할 수 있다. 하나는 연 2.0%이고, 또 다른 하나는 연 1.0%에 성과보수(10%)를 추가하는 타입이다. 중도 해지수수료가 없어, 투자자가 원할때 환매할 수 있다.
KDB대우증권 관계자는 "유가가 하락할 때마다 원유ETF를 자동 분할매수하는 랩 상품"이라며 "유가가 약 3개월 단기에 반등한다면 수수료도 0.5%(연 2.0% 감안시)만 낸다는 점에서 비용도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신한금융투자도 미국 시장에 상장된 ETF(United States Oil Fund, USO) 에 투자하는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첫 선보인 이 상품은 WTI가격이 배럴당 55달러 이하에서 분할 매수에 나선다. 최근 유가가 급락하자 이날 매수 기준을 65달러에서 10달러 낮췄다. WTI가 전날대비 1% 하락할 경우 ETF를 자동으로 매수하는 식으로 운용, 총 10회 이내로 분할 매수한다. 5~10% 수익을 달성하면 자동으로 ETF를 매도해 수익을 지킨다. USO ETF는 100% WTI 원유 선물에 노출된다. 수수료는 1년에 연 1.6%로 가입 첫해만 내면 된다.
정정수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차장은 "유가가 하락할 때 마다 분할해서 투자하는 상품"이라며 "유가 75달러 수준서 이 상품을 처음 팔기 시작했는데, 최근 40달러때까지 빠지면서 상품 가입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귀띔했다.
이 두 랩 상품의 가입가격은 1000만원으로 동일하고, 환매 수수료는 없다. 환매 후 입금은 5거래일 안에 완료된다.
이들의 투자 대상 ETF가 국내와 해외로 나뉘는 만큼 특성은 꼼꼼히 따져야 한다.
신한명품 분할매수형 ETF랩 3.0(원유)의 경우 해외 상장된 ETF에 투자하기 때문에 세금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국내 상장 해외ETF는 보유기관 과세로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만, 해외상장 ETF는 매매차익이 양도소득으로 분류과세(22.0%) 되기 때문이다.
다만 투자하는 ETF가 환노출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더구나 일반적으로 원자재와 달러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원유가 오를 경우,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며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도 오는 2월 유가관련 ETF에 투자하는 적립식랩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만기를 3년으로 다소 길게 잡는 대신 소액으로 매월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증권사들이 원유 분할 매수 상품을 잇따라 내놓는 이유는 최근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했기 때문이다. 역발상 투자 관점에서 싼 가격에 유가를 분할 매수, 유가 반등에 따른 수익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45.89달러로 전날보다 0.4% 하락했다.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희주 KDB대우증권 상품개발실 이사는 "원유 파생결합증권(DLS)은 수익이 한정되어 있지만, 이번에 출시되는 랩은 유가 상승에 따른 수익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면서 "DLS를 투자했다 유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고려하는 것도 적절하다"고 언급했다. 다만 "원유가 계속 하락할 경우 손실도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하라"고 지적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유가 급락이 진정, 하향 안정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 시점을 투자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향후 전망이 엇갈리고 있는 만큼 분할 매수 등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앞서 골드만삭스는 단기적으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후반대까지 밀린 다음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브렌트유의 경우 올해 전망치를 기존 83.75달러에서 50.40달러로 낮췄고, WTI는 73.75달러에서 47.15달러로 하향했다. HSBC의 경우 올해 말 유가 수준이 배럴당 95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은선 현대증권 대치WMC PB팀장은 "유가 바닥이 확인된 시점은 아니라고 본다"며 "현 수준에서 유가를 분할 매수하는 등 상품에 적극 투자하려는 자산가들은 많지 않다"고 언급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원자재 사이클로 봤을때 유가가 반등할 수 있는 흐름은 아니라고 본다"며 "원자재 상품군은 그 어느 자산보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