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 염두, 환율리스크 최소화 환율전쟁 피할 것
[베이징= 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국제유가 폭락과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의 금리 인상전망에 따라 중국 등 신흥국으로 부터의 자금이탈 시나리오가 고개를 들면서 위안화 환율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014년 위안화 환율이 5년만에 상승세(위안화 가치 하락)로 돌아서면서 2015년 새해에도 위안화 가치 하락세가 가속화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2015년 이후 위안화 환율은 어느 한쪽 방향이 아니라 국내외적인 다양한 요인에 의해 등락을 거듭하면서 시장화에 근접해가는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시대의 특성을 보일 것이라는게 외환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위안화 현물환율은 2.42%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 위안화 현물 환율이 상승한 것은 2009년 이후 5년만의 처음으로, 역외 위안화(CNH 홍콩서 거래되는 위안화) 가치 하락폭은 2.5%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역외 위안화 가치 하락 역시 2010년 CNH 거래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라고 중국 외환전문가들은 밝혔다.
인민은행이 외환거래센터를 통해 고시하는 중간환율은 2014년 마지막 거래일 전거래일 보다 0.0034위안 내린(가치 상승) 6.1190위안을 기록했으나 2013년 말 대비로는 0.0221위안, 약 0.36% 오른(가치 하락)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이후 위안화 가치는 수년간 상승세를 연출했다. 달러당 위안화 현물환율 기준 2010년 3% 하락(가치 상승)한데 이어 2011년과 2012년에는 각각 4.86%, 3.06%씩 하락했고, 2013년 들어서는 0.25%로 하락폭이 둔화되었지만 위안화 가치 상승세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2014년에는 위안화 환율이 등락을 반복한 가운데 상승세(위안화가치 하락)로 마감했다. 2월 중순부터 급등세를 보이던 위안화 현물환율은 2개월 만에 달러당 6.25위안까지 치솟으면서 2012년 10월 이후의 가치 절상분을 모두 상쇄시켰다가 6월 들어 다시 하락세를 나타내더니 연말에는 다시금 상승세로 전환, 12월 한달 동안 달러당 위안화 현물환율 상승률(가치 하락폭)은 1%를 넘어섰다.
새해 첫 거래일인 5일, 달러당 위안화 중간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0058위안 오른 6.1248위안으로 고시됐고, 오후 2시 50분 현재 현물환율은 달러당 6.2205 위안을 기록하고 있다.
◆ 위안화 가치 하락은 대세, 절하폭은 제한적일 것
올 한해 위안화 가치 약세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동방재부망(東方財富網)은 전문가를 인용해 보도한 2015년 위안화 가치에 대한 전망에서 “위안화 환율이 합리적 수준이 접근하기 위한 거시적•미시적 조건이 이미 마련되었다”며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의 둔화되고 중국 경제 성장의 우위가 약화하며, 미국 경제의 안정적 회복과 중미 통화정책의 차이(중국 완화, 미국 양적완화 종료 등 긴축 전환)로 인해 위안화 약세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기업의 외화보유 수요가 커지고 환율시장에 대한 중국 중앙은행의 상시적 간섭이 줄어들면서 외환시장의 수급관계에 변화가 발생, 위안화 환율이 상승(가치 하락)할 것이라고 동방재부망은 설명했다.
실제로 국가외화관리국에 따르면, 11월 기준 각 은행들의 외화 결제 및 위안화 결제 대행업무는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 등의 외화 결제 수요는 감소한 반면, 외화 보유 수요는 크게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중국 중앙은행이 계속해서 환율 형성 메커니즘의 시장화를 추진함에 따라 위안화가 일방적으로 강세를 이어가는 시대는 끝이 났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 역시 중국 국내 경제 성장속도가 둔화되고 인플레이션 부담이 확대되고 있으며 금리 및 지준율 인하와 같은 통화완화수단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내부적 요인과 함께 미국 경제 회복•FRB의 금리 인상•국제유가 폭락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더해져 위안화 환율이 중단기적으로 상당한 평가절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외 적으로 다양한 요인들이 복잡하게 얽혀 위안화 약세를 초래하겠지만 위안화 가치 하락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위안화 환율이 변동폭이 확대되는 ‘신창타이(新常態, 뉴노멀)’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첫째,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가진 중국의 경우 위안화가 급격하게 절하될 경우 중국 중앙은행이 언제든 환율 안정을 지탱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이유로 지적되었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중간환율과 현물환율간 괴리가 커진 것 역시 위안화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금융 당국의 신호였다는 것.
이와 함께 위안화 국제화 및 위안화의 비축통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환율이 뒷받침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라도 중국 지도부가 위안화 환율의 급등을 차단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단기적으로 중국 금융당국이 위안화의 지나친 약세에 대처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먼저 무역흑자 규모가 날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위안화 가치의 대폭 절하 조건이 성숙하지 않았고, 중국의 수출 의존도가 하락하고 있지만 중국 제조업의 글로벌 비중이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굳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자극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추진됨에 따라 과잉 생산능력의 대외 수출 및 국가간 신용대출이 필연적인 선택이 될 텐데 이를 위해서는 보다 안정적인 환율환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위안화 환율 산정에서 달러에 대한 위안화 탄력이 약한 가운데,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위안화 실질유효환율이 하락(위안화 가치 상승)할 것이라는 점도 위안화 가치의 절하 압력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관해 중국 민생은행(民生銀行) 수석 연구원인 원빈(溫彬)은 “위안화의 국제화를 위해서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적이어야 한다”며 “중국 중앙은행은 위안화의 국제화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적당한 조치를 취해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나(新浪) 재경 역시 골드먼 삭스 전문가를 인용, “일본이 아시아에서 ‘화폐전쟁’을 도발하고 있지만 중국은 ‘참전’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위안화가 국제적 통화가 되길 바랄 뿐만 아니라 중국 기업 및 국민이 위안화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한 리스크를 차단,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흥업은행(興業銀行) 수석 이코노미스트 루정웨이(魯政委)는 “위안화 가치가 일방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던 시대는 끝이 나고, 2015년은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환율 신창타이’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변동폭 또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기자 (hongwoor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