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기업사냥꾼? '악덕' 기업 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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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송유미 미술기자> |
[뉴스핌=홍승훈 기자] 먹튀 기업사냥꾼일까. 악덕 기업 오너일까. 선풍기 한 분야에 주력하며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신일산업'. 이 곳은 국내 선풍기 시장 최대 점유율(약 35%)에, 지난해 사상최대 매출(1202억원)을 기록하는 등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에선 경영권분쟁으로 심각한 내상을 입고 있다.
신일산업에 대한 적대적M&A가 본격화된 것은 올해 2월. 소액주주 황귀남씨의 주주제안을 시작으로 분쟁이 촉발됐다. 이후 양측은 뺏고 빼앗기는 법원 송사를 거듭하며 급기야 '한 지붕 두 주총'을 하는 사태까지 이른다. 현재 법원은 양측의 의견을 들어 조만간 임시주총(12월1일 개최)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소액주주측은 회사 오너의 사익추구, 20년 무배당 등 소액주주를 배제한 경영 등을 문제삼아 경영권을 접수하려 들었고, 회사측은 이번 사태를 회사에서 등돌린 사내 고문회계사 및 CFO(재무책임자), 그리고 기업사냥꾼이 연루된 사태로 규정, 경영권 방어에 주력하고 있다.
결국 연초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해를 넘기게 된 상황인데, 이번 사태가 왜 촉발됐고, 분쟁의 본질은 무엇인지, 향후 분쟁이 어떤 시나리오로 흘러갈 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양측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소송 공방이 오가며 아직 승부는 갈리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일련의 변화와 성과도 엿볼 수 있었다.
◆ 황귀남 "단순 투자목적이었다 경영진 문제 발견"
최근 증권가에서 수퍼개미로 불리우는 노무사 출신 황귀남씨. 그가 신일산업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천안에 자리잡고 있던 황씨는 신일산업이 천안에 공장을 짓고 내려오게 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선풍기업체로서 국내 최고의 브랜드파워, 그리고 당시 과거 부실을 털면서 깨끗해진 재무건전성 등이 매력적이라고 봤어요. 이에 지인(강종구씨)에게서 자금을 대여해 투자했고, 선풍기 제조사라 계절적 특성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경향이 뚜렷해서 상대적으로 저가 국면이었던 작년 가을(10월) 사기 시작했어요."
시작은 단순 '투자목적'이었지만 막상 투자를 하고 보니 현 경영진의 비리와 문제를 하나씩 알게 됐다고 황씨는 주장한다. 중국투자 손실(2012년 기준)은 180억원을 넘었고, 최근 20여년 배당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고 게 그는 설명이다.
쿠쿠전자나 리홈쿠첸 등 중소 가전업체들은 중국에 진출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진일보해 나가는데 비해 신일산업은 내수에만 안주하며 기업가치를 올리는데 게을렀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신일산업의 내수비중은 95%를 넘는 수준이다.
그는 "그러면서 BW(신주인수권부사채)와 유상증자가 잇따르니 주식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주주제안을 통해 회사의 변화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공격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3월 정기주총에서 황금낙하산, 초다수결의제 삭제 등의 정관개정안을 주주제안했다.
물론 현 김영 회장 등 경영진 지분이 특수관계인 포함해 10%에 못미치는 등 낮은 지분율도 이같은 결정에 한 몫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팎의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경영진의 위장거래 등 비리를 알게 됐고, 고발에 이르게 됐다는 것.
현재 그가 고발한 현 경영진의 횡령 및 배임혐의는 5가지 정도다. 김영 회장 집주소지로 등록한 페이퍼컴퍼니였던 아성실업의 위장거래와 이로 인한 회사측 손실, 단기매매차익을 반환하라는 금감원 명령에 대해 반환한 것처럼 입금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했지만 다시 김영 회장 개인계좌로 재입금 처리한 혐의, 2억5000만원 상당의 김 회장 소유 건물(대전 유성구 소재)을 회사측이 10억원에 매입해 손해를 끼친 혐의, 김 회장 소유의 회사(지씨온월드)를 만들어 회사측에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이다. 이를 통한 회사측 손실액이 134억원에 달한다는 게 황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회사측은 현재 검찰 및 경찰조사중인 사안으로 지금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을 전하면서도 몇 가지 이슈에 대해선 직접 해명했다.
◆ 신일산업 "경영진 비리 없다"
오영석 신일산업 전무는 지씨온월드 혐의에 대해선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기 위해 이뤄졌던 것으로 분사이후 다시 합병했다"며 "회사 전략상 진행한 건으로 회사에 손실을 끼친 부분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대전 부동산건에 대해서도 "당시 1,2대주주 개인재산을 법인명의로 편입했는데 이는 당시 은행대출 등을 위해 법인명의가 유리했기 때문에 편입한 것"이라며 "당시 장부상으로는 2억5000만원이었지만 현재 황귀남측으로 돌아선 우종환 당시 고문회계사(현재 신일산업으로부터 고발돼 있는 상태)가 검토후 적정하다고 감정한 금액이 10억원이다.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경영권 분쟁을 회사를 배신한 사내 고문회계사(우종환) 및 CFO(류승규)와 기업사냥꾼이 합작해 벌이는 사건으로 규정했다.
한편 이러한 공방 속에 신일산업 주가는 급등락을 이어왔다. 지난해 10월 1000원대 초반에 머물던 주가는 분쟁이 한창이던 올해 5월 3000원까지 육박했다가 이후 급락하며 최근 1500원 안팎을 오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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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일산업 최근 15개월 주가차트> |
[뉴스핌 Newspim] 홍승훈 기자 (deerbear@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