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근로조건 다양하하고 사회안정망 강화"…업계 "지켜보자"
[뉴스핌=김선엽 기자] 내년에는 계약직 사원 '장그래'(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의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높아질까. 혹시 기존 정규직 직원의 고용안정만 해치는 것은 아닐까.
정부가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노동 유연성·안정성을 제고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산업계도 향후 고용정책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최근 최경환 경제팀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를 완화하고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시사한 만큼 정부 정책의 변화를 내년도 경영계획에 반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정부가 밑그림만 그린 채 구체적인 종합대책을 차후 마련한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개별 기업들은 말을 아낀 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10대 그룹의 진짜 비정규직 비율은 얼마?
2007년부터 시생된 비정규직보호법(기간제법) 이후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수는 대체로 증가세를 보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수는 지난 8월 말 기준 607만7000명이다.
비정규직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정규직과 차별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6~8월의 비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145만3000원으로 1년전보다 2만5000원(1.8%)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정규직 월평균 임금은 260만4000원으로 2.3% 증가했다.
10대 그룹만 따로 떼어내면 어떨까. 지난달 말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그룹 소속 상장사 92개사를 대상으로 직원 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직원 100명 중 6명만이 비정규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비정규 직원 수는 2011년 4만679명에서 2012년 4만586명, 2013년 3만8857명 등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기업이 하청을 통해서 고용한 인원까지 대기업의 비정규직으로 포함할 경우 통계치는 크게 달라진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노사연) 김유선 선임연구위원과 전사랑 연구원이 발표한 '10대 재벌 비정규직 현황'에 따르면 2014년 3월 기준 10대 그룹 계열사 노동자는 119만6000명이고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43만4000명(36.3%)이다.
재벌닷컴의 수치보다 10배 이상 크다. 이는 대기업이 직접 고용한 비정규직 수는 많지 않지만 사내하청 등을 통해 간접고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출처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중공업(62.8%)이고 포스코(52.2%), 롯데(50.6%), GS(46.4%), 삼성(35.6%), 현대자동차(3.8%), SK(29.3%), 한진(28.8%), 한화(24.1%), LG(16.5%) 순이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자수가 많은 거대 기업일수록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재벌 계열 거대기업일수록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다"고 설명했다.
▲계약직 사원이 1년 후 정규직 될 확률 '11.1%'…OECD 최저
정부는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상시·지속 업무를 중심으로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재 비정규직 직원이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OECD의 '2013년 비정규직 이동성 국가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수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의 비정규직 10명 중 1∼2명만이 몇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고 나머지 8∼9명은 비정규직이나 실업 상태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일본 등 16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열악한 수준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이 '1년 뒤' 정규직으로 일하는 비율은 11.1%, '3년 뒤' 기준으로는 정규직 전환 비율이 22.4%로 조사됐다.
반면 네덜란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49.1%가 1년 뒤에는 정규직, 69.9%가 3년 뒤에는 정규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비정규직은 열악한 일자리의 덫에 갇힐 위험이 높다"며 "심각하게 분절돼 있는 노동시장이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비정규직 보호하자니 대기업이 고용 줄일까 '노심초사'
정부는 22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서 노동 유연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유연성과 안정성이란 두 토끼를 잡겠다는 의미다. 언뜻 모순되는듯 보이는 이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기획재정부 이대희 인력정책과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임금이나 근로시간·근로계약 등의 근로조건은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도록 보장을 하고 파견·기간제 근로자 사용에 대한 규제도 완화시키는 반면 근로조건이 차별을 받거나 너무 낮은 경우에 대해서는 안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를 하자는 의미다"
즉 파견을 할 수 있는 업종과 계약기간을 노사가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의 근로조건 격차를 줄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사회안정망을 강화하는 것도 안정성 제고"라고 덧붙였다.
다만, 정부의 이같은 정책 추진 방향이 구체화되기까지는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정부는 종합대책을 마련회 노사정 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입장인데 2년의 비정규직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는 노동계를 설득해야 하는 한편 비정규직 보호 정책이 기업들의 고용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 논의에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기본 합의문 채택이 불발됐다.
이에 업계는 일단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필요성에는 대해서는 동의하면서도 구체화된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정부 발표 정책에 대한 검토가 진행되지 않아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경총 역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대책에서는 방향성만을 제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안이 추후 현실에 정합한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