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임원 인사, 비용절감 작용할 듯
[뉴스핌=한기진 기자]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에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는 19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세미나에서 “(통합 승인을 당국에 신청하는 데는)합의든 양해든 (외환은행) 노조와의 어느 정도 숙려기간은 필요하다”면서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노조와 논의가) 요즘 많이 진전됐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의 긍정적 태도는, 빠른 통합을 바라는 하나금융지주 입장에서는 크게 반길 만한 일이다. 늦어도 내년 1월에는 통합승인신청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수 있다는 기대도 된다.
그러나 사측의 이런 분위기 개선과 달리,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는 걱정이 드리워지고 있다. 중복 인력이 많아 자리보존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연말 정기 인사에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김종준(왼쪽) 전 하나은행장과 김한조 외환은행장이 지난 10월 합병 계약서에 서명했다. |
22일 하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과 중복 인력이 본점만 1500명으로, 영업점까지 하면 5000명이 넘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직원 수는 9월 말 현재 각각 9300여명, 7800여명으로 총 1만7100여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인력이다.
이 수치는 단순히 중복인력만 계산한 것으로 실제 구조조정 필요성이 있는 인력 규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중복점포 재배치 등의 효율화를 통해 인력조정은 최소화한다는 게 사측의 방침이다.
그러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이후 조직이 안정화하면 대규모 명예퇴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통합과 별개로 그동안 인력조정이 없었다. 하나은행은 상반기에 지점을 40여개나 줄였으면서도 인력은 94명만 감소했다. 개인적인 이유나 업무 부진으로 퇴사하는 인력을 고려하면 사실상 명예퇴직이 없었던 셈이다.
외환은행도 상반기 퇴사자가 155명 정도로 많지 않지만, 은행권에서 장기근속자가 가장 많다는 점이 구조조정 요인이다. 올해 평균 근속연수는 17.4년으로, 하나은행 11.6년에 비해 훨씬 많다. 경쟁은행인 국민은행 16.6년, 우리은행 15.7년 등보다는 1년여가 많다.
직원에 대한 인력구조조정보다 비용 감축 차원에서 임원 수를 제한하는 인사조정이 먼저 있을 전망이다.
통합은행의 조직 규모를 고려해 임원 수를 현재보다 줄이거나 지주사 임원이 은행 직책을 일부 겸임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이러면 통합은행의 조직개편에 앞서 임원들을 통한 ‘위로부터 통합’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새 직책을 만들어 양 은행의 임원수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도 있지만, 비용절감 차원에서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