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보하고 가계소득 증대까지 양수겸장
[뉴스핌= 이영기 기자, 세종=곽도흔 기자] 정부가 2020년까지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을 40% 수준까지 높이기로 했다.
최근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세수를 확보함과 동시에 민간기업의 배당을 높여 가계소득 증대까지 양수겸장을 노리는 전략이라는 평가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9일 오후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제12차 재정관리협의회를 열고 "최근 복지지출 확대 등으로 재정여건이 어려운 가운데 정부 배당수입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해외 주요국 공기업 등의 배당 수준을 고려해 정부 배당성향을 2020년까지 40%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한편 개별 출자기관의 특성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배당성향 산정방식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경환 부총리가 19일 오후 재정관리협의회를 주재하며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배당성향은 당기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 총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이날 발표된 '정부출자기관에 대한 정부배당정책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 목표를 2020년까지 40% 수준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내년에는 배당성향을 25.0%로 상향하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3.0%p씩 끌어올려 2020년에 40%로 맞춘다.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부산항만공사, 중소기업은행, 인천항만공사 등 29개 공공기관에 61조7000억원을 출자해 기관별로 최소 0.2%(한국석유공사)에서 최대 100%(부산항만공사 등 7곳)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출자금 대비 출자수입 비율인 출자수익율은 올해 기준으로 0.53% 수준으로 배당수입은 3256억원에 불과하다.
특히 일반회계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은 21.5%(올해 기준)로 해외 주요국 공기업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스웨덴은 최대 82.9%이고 낮은 편인 프랑스도 최소 45.5%를 배당한다.
이번 정부 발표에 따라 배당성향이 낮은 토지주택공사(10.79%), 농수산식품유통공사(17.82%), 수자원공사(19.04%), 한국광물자원공사(21.08%), 한국도로공사(21.55%) 등은 당장 내년부터 최소 4%에서 최대 15% 정도 배당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전KPS, 한전기술,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GKL, 강원랜드, 기업은행, 한전산업 등 상장 공기업이 지난 3년간 순이익을 낸 경우 배당성향은 평균 43.4%로 나타났다.
정부의 배당확대 정책에 따라 이들 상장기업들의 배당성향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공기업의 경우 한국전력과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는 기획재정부가 한전 자회사의 경우 한전이 배당을 결정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배당성향이 전년대비 20%포인트 정도 올라간다면 이들 기업의 평균배당성향은 53.4%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부출자기관 배당성향 상향은 정부가 민간상장기업의 배당을 촉진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민간상장기업의 배당성향은 정부출자기관보다 훨씬 낮은 18.4%에 불과하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기업의 배당을 촉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출자기관의 배당성향 상향은 정부의 세수 확보와 함께 민간상장기업의 배당을 압박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다.
[뉴스핌 Newspim] 곽도흔 기자 (sogoo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