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자구안 이행 이어 2000억 영구사채 발행 성공..실적도 나아져
[뉴스핌=정경환 기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선 한진해운의 재무구조 개선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1조7306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실행한 데 이어 최근 자구안과 별도로 20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23일 한진해운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18일 투자자 모집을 완료한 가운데 2000억원 규모 영구교환사채를 발행했다.
회사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의 투자자들이 참여, 당초 계획대로 2000억원 발행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조양호 회장이 지난 5월 16일 한진해운 창립 37주년 기념식에서 위기극복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한진해운> |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시장에서 보기 드문 영구교환사채 카드를 꺼낸 한진해운은, 이제 그 발행에 성공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으로 1255%다. 하지만, 이번 영구교환사채 발행으로 한진해운 부채비율은 900% 초반 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대개 사채의 경우에는 자본으로 인정이 되지 않지만,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또는 금융감독원에서 정하는 일정 기준(만기의 영구성 등)을 충족할 경우에는 자본으로 인정된다.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교환사채는 만기가 30년으로 30년 후에 추가 연장 가능하다. 이율은 표면, 만기 모두 7.7%다. 대한항공이 사실상 보증을 섰음에도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
한 회계 전문가는 "이율이 높은 것이 부담이긴 하지만, 당장은 부채비율을 낮춤으로써 이자 비용 등의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재무적으로 (불가피했을지 모르나) 잘 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는 "연결 기준으로는 900% 초반, 별도 기준으로는 800% 초반 대까지 내려 갈 것"이라며 "지난해 운송업종 평균 부채비율이 600% 수준이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공시한 대로 상환자금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영구교환사채 발행 외에도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기존의 자구 이행안 역시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앞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한진해운은 지난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 조 회장이 흑기사로 나서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그리고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약 2조원을 확보한다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조 회장은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으로부터 회사를 넘겨받아 한진그룹 계열사로 편입, 한진해운 경영 정상화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한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이 현재 88% 가량 이행 완료된 상태"라며 "당초 계획안에 없었던 영구교환사채 발행까지 성공한 것은, 그만큼 시장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한진해운은 전용선 사업부분 매각으로 3095억원, 스페인 알 헤시라스 터미널 매각 1461억원, 유상증자로 4000억원 등 올 상반기에만 1조3264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여기에 금융단 지원금 4042억원까지 확보, 한진해운은 전체 1조9745억원 중 1조7306억원 규모의 자구 이행안을 완료했다.
아울러 실적이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한진해운으로선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까지 3년째 적자가 이어진 한진해운은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27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2666억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자구 이행안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실적도 점차 나아지고 있다"면서 "특히, 올 3분기 영업이익이 급증한 데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이 1년 안에 상환해야 할 사채가 총 1조3942억원 규모로, 이 가운데 조건부 채무 등을 제외하고 내년 9월까지 반드시 갚아야 되는 부채는 6820억원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채신속인수제 연장으로 내년에도 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서 "20%를 먼저 갚고 나머지 80%는 차환을 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