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강혁 기자]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투명성을 한층 더 높이면서 사업적으로는 글로벌화 추진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다."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 이슈와 관련, 5일 복수의 삼성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대체로 이같은 의견이 모아진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의 상장을 단순하게 오너일가의 경영승계 이벤트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숨가쁘게 달려온 삼성의 글로벌 초일류화 그림상 오너일가 이슈를 떼어놓으면 제일모직이라는 회사가 얼마나 글로벌화에 목말라 있었는지, 발전 가능성이 높은지 극명하게 보여진다. 사실 오너일가 지배권 문제 때문에 사업적으로는 그동안 제자리걸음에 머물러 있던 측면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제일모직은 이번 상장 이벤트가 마무리되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에너지·조경), 레저(테마파크·골프장), 식음(급식·식자재), 패션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사업구조 고도화 작업도 마무리된 상태다.
글로벌화는 핵심 매출처인 패션사업이 이끈다. 당장 공격적인 투자로 중국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고성장하고 있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8Seconds)'를 아시아 톱3 SPA로 육성하려는 전략이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내년부터 중국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오는 2016년 중국 상하이에 첫 진출한 이후 중국 전역에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진출을 시작하면서 해외시장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된다. 일본과 아시아 시장을 거쳐 유럽과 미국 시장도 단계적으로 진출한다는 게 제일모직 패션사업의 큰 그림이다. 패션사업 전반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사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레저사업도 내년부터 잰걸음을 옮긴다.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로 대표되는 레저사업은 글로벌 수준의 체재형 복합 리조트로 전환하기 위해 호텔, 에코파크 등 용인단지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실행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하드웨어 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등 지속적인 컨텐츠 업그레이드를 통해 고객 만족도를 높여 국내외 입장객 확대 기반을 마련할 방침이다.
건설사업 역시 베트남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에너지, 조경 분야 강점을 강화해 친환경 건설사로 자리매김할 계획이다.
다만 건설사업의 경우는 삼성의 글로벌 초일류화 그림상, 사업재편의 연장선에서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업 전반의 효율화작업이 본격화되면 일부 변화를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식음사업은 제일모직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웰스토리가 중심이다. 국내에서의 선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같은 주요 사업과 함께 바이오 분야는 제일모직의 차세대 캐시카우로 꼽힌다. 바이오 사업은 삼성의 5대 신수종 분야의 하나이기도 하다.
제일모직이 지분 45.8%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유럽의약품청(EMA) 등의 국제 의약품 생산 적합 기준(cGMP) 등을 허가 받아 내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세계 10위권 제약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와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세계 1위 항체의약품업체인 로슈와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한편, 제일모직은 1963년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으로 현재의 건설, 레저, 식음, 패션 등의 사업으로 확장하며 성장해 왔다.
삼성에버랜드 시절이던 지난해 12월에는 패션 사업을 양수하고, 급식·식자재 사업을 식음 전문기업 삼성웰스토리로 분리시키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사업 구조 고도화 작업을 강도높게 진행했다.
삼성 모태 기업으로서의 정통성을 계승하는 의미로 올해 7월에는 삼성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