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벗어나질 것으로 예상하고 정책 펴면 안돼"
[뉴스핌=함지현 기자] 최근 일본의 장기 경제 침체에 비춰 우리나라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경고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이 일본보다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 수석이코노미스트 |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그런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자원이 생산성 높은 곳으로 옮겨가는 것이 비효율적이다. 일본보다 안 좋다"며 "'재벌에 몰아주자는 것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정서 때문에 쉽지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재벌에 대한 일반인의 부정적 인식이 크다. 나도 재벌의 지배구조 문제 등에 동의한다"면서도 "재벌이라는 것을 빼고 대기업 자체로만 본다면 생산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이동성이 떨어지는 것을 언급하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노동시장은 한 군데 들어가면 계속 그곳에서 근무하는 경향이 있다"며 "산업별로 성장과 하락이 이뤄지는데 노동자의 이동이 없으니 임금격차만 커지고 있다. 나라 전체로 보면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예전에는 단순 노동이었기 때문에 자주 옮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산업별로 특유의 지식이 필요해 쉽게 옮기지 못하는 점도 있다. 어떻게 평가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좀비기업이 많아진다든지, 제조업 간 생산성 격차가 커지는 것 등을 함께 생각해보면 좋은 신호는 아니다"고 밝혔다.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 그는 "부동산 가격이 단기간에 폭락할 가능성은 일본보다 적어 보인다. 일본보다 부동산 버블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며 "90년대 초 일본과 비교해 우리가 일본처럼 되지 않을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부분 중 하나가 부동산"이라고 말했다.
KDI는 올 초부터 일본의 장기 경기침체를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일본의 90년대 상황과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큰 틀에서 닮았기 때문에 당시의 현상을 제대로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는 지표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내년 초 이같은 연구 결과가 종합 보고서 형태로 발표할 계획이다. 조 이코노미스트가 언급한 다양한 분야 역시 이 보고서에 포함될 예정이다.
앞서 KDI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 흑자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내용과 이른바 좀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이 경제의 역동성을 저하한다는 분석, 일본의 통화정책에 비춰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등의 보고서를 발표했었다. 이 역시 내년 초 종합보고서에 담기게 된다.
한편, 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현실을 인정하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저성장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항상 해야 하지만 벗어나질 것이라 예상하고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며 "예를 들어 우리가 열심히 하면 앞으로 4%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4%의 성장을 전제로 국민연금 제도를 만들게 되면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안된다고 좌절만 할 이유는 없다. 나름 해 볼 수 있는 것은 해봐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열심히 한다고만 해서 낮던 출산율이 갑자기 높아질 수는 없는 일이다. 사실은 사실대로 받아들이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함지현 기자 (jihyun031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