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변수 완화 하반기 숨통 기대 '상저하고'
[뉴스핌=이영기 기자] 2015년 국내증시 전망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기업실적 개선 기대가 작기 때문이다. 결국 증시는 수출기업들의 실적개선과 함께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기업 이익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수출은 달러강세와 엔저지속 여부 등 환율과 국제유가 동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저유가는 그 추세가 심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위축으로 디플레이션 기대를 강화하면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된다. 따라서 저유가는 현 시점의 최대 기회이자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보다 미국, 일본과 유로존 등 디플레 압력이 높은 지역의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015년 코스피지수도 지난 3년간 이어져온 박스권 돌파가 만만찮은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14개 증권사는 내년 코스피 지수가 1853~2197포인트 사이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행히 하반기로 접어들면 엔저 우려가 약화됨과 동시에 달러 강세의 긍정적 효과로 인해 수출기업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생기면서 답답한 증시도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된다. '상저하고(上低下高)' 흐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 달러화 강세의 긍정적 효과
미국의 양적완화(QE3) 종료와 함께 일본은행(BOJ)의 추가 자산 매입 조치로 인한 엔화 약세, 달러화 강세가 동시에 진행되고, 국제 유가하락이 겹치면서 신흥시장 증시는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추세는 내년으로 이어져 신흥시장 증시 전체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증시도 지난 3년간 이어진 박스권 돌파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한국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상태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주당순이익(EPS) 성장이 없다면 한국 증시가 횡보장을 탈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율 전망은 우리 증시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은 수출을 통해 기업실적을 지배하는 요인이다.
우선 엔저에 대해서는 일본의 확대 재정정책이 장기금리 하락을 가로막음으로서 미국금리와의 금리차 확대가 어려워져 엔저 속도는 둔화될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철희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10년 국채의 장기금리 상승은 제한적인 가운데, 일본은 확대 재정정책으로 장기 금리하락이 매우 어려워진 상황으로 미-일 장기 금리차 확대가 어려워 엔저 속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연기금의 해외자산 투자 확대와 미국 기준금리의 점진적 인상에 따른 완만한 엔화 약세 기조는 이어지겠지만, BOJ 의 추가 금융완화에 의한 급격한 엔저 현상은 더 이상 없다는 진단이다.
이는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한국증시를 식혔던 지난 90년대의 엔저와는 다른 양상이란 것이다.
반면 달러 강세는 미국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을 낮출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회복의 선순환에 기여한다.
달러강세는 유로존의 고환율 부담을 낮추고 이는 유로존의 경기회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수요부족이 미국에서 돌파구를 찾는다는 희망이다.
국내증시가 달러강세 영향으로 숨통을 튀는 시기는 수출대기업들의 실적개선이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 내년 3분기로 관측된다.
김재홍 신영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들면서 달러강세의 이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미국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유로존의 완만한 경기회복이 포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KCIF) "'15년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주요불안요인 점검" 자료 |
글로벌 원자재 가격약세 특히 유가 약세는 심화될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 위축으로 디플레이션 기대가 강화되면서, 유가 하락으로 늘어난 소득으로 소비를 하지 않고 저축을 늘려 경제의 활력을 더 떨어뜨리게 된다.
같은 맥락에서 미 연준도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지속하는 경우 이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보였다.
19일 공개된 미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대부분의 위원들은 유가를 포함한 다른 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수출 물가 하락 등을 이유로 단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했다.
이미 고점에서 25% 이상 하락한 원유 가격이 추가 하락할 경우, 일본과 유로존 등 디플레이션 압력이 높은 지역의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 80년과 같이 경기가 뒷받침 되는 상황에서는 유가하락이 증시에 상당한 모멘텀을 제공했지만 일반적으로 이머징 증시는 원자재 가격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여왔다.
이 가운데 내년도 주가 향방을 가르는 요인으로 유럽의 경기모멘텀과 국제유가 회복 여부를 주목하라는 전문가도 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우선 지금부터 1분기까지는 유럽 경기모멘텀과 국제 유가 회복 여부가 중요한 투자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디플레이션 붐 사이클'의 종료에 대한 시그널이기도 하다. 유가상승과 함께 디플레이션 공포도 사라진다는 것.
미국 뿐 아니라 유로존 등에서 회복이 가시화돼고 성장에 대한 신뢰가 강화돼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시장에서는 내년도 미국이 금리인상을 하는 시점을 '디플에이션 붐'에서 '인플레이션 붐'으로 전환된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기민감주 상승의 핵심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의 형성"이라며 "유가의 레벨 상승과 미국의 3분기 인플레이션 상승이 선제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내년 5~7월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KCIF) "'15년 세계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전망, 주요불안요인 점검" 자료 |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