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실망감 달래기 및 지배개편 마무리 위한 긍정 여론 필요한듯
[뉴스핌=이강혁 기자] "주주 여러분들의 요구를 파악해 주주환원 정책을 검토 중이다. 4분기 실적 때 발표하겠다." 이명진 삼성전자 IR팀 전무는 지난 30일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같이 말했다. 실적 악화 국면으로 주가가 약세를 면치 못한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같은 발언은 곧바로 유가증권시장의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주주환원 정책을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컨콜 이후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4.51% 오른 1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1일 오후 2시 현재도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6만3000원(5.33%) 오른 124만4000원을 기록 중이다. 하루 주가상승폭으로는 지난해 8월13일(4.71%) 이후 1년2개월 만의 최대치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검토 발언은 일단 실적 부진에 따른 투자자들의 실망을 달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실제로 올 4분기 실적이 집계되면 배당 확대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주친화 기조는 삼성전자를 믿고 투자한 주주에 대한 신뢰문제이기도 하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주주환원 정책이 반드시 배당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나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문제 등은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가 줄곧 얘기하던 부분"이라며 "기업가치에 비해 낮은 배당수익률로 투자자들의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점에서 주주환원 정책 검토 발언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배당금액 확대에 대해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외국인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최근 정부의 사내 유보금 과세 방침이 이슈로 부상했지만 배당 확대 등에는 별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이 회사나 대주주 모두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데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넘어서기 위한 중장기적인 집중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서둘러 배당을 늘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 정책이라는 것이 꼭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면서 "선제적인 투자 활동 등으로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장기적으로는 결국 주주가치 제고에 해당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때도 주주환원 정책을 묻는 시장의 질문에 "성장이 필요한 요소들에 집중 투자해 성장하는 것이 주주들에게도 혜택이다. 시간을 두고 기다려 달라"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의 중간 배당금액은 전년과 동일한 500원 수준으로 유지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정책 언급을 지배구조 개편작업과 연결짓기도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기부재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의 경영승계가 멀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장 실적 악화에 따른 주주들의 실망감을 되돌리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경영승계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주주들의 긍정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전환 과정에서 적극적인 주주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주주환원 정책은 필요하다"면서 "기업 분할이나 지주사를 선택하려면 삼성전자 지분율이 모자르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을 선택할 수 있고, 이러기 위해 정비하는 과정이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으로 표출된 것으로 본다"고 해석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어 "배당 성향을 높이면 투자자와의 관계가 개선되면서 나중에 지배구조 전환의 마무리가 수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과 관련,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과 이런 맥락에서 갈등을 빚어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말 배당은 2조1570억원으로 시가배당률로 환산하면서 사실상 1% 수준이었다. 외국인 주주들은 올해 들어 3% 수준으로 배당을 늘리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