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펀드 손실에도 최근 3개월간 자금 순유입
[편집자주] 이 기사는 지난 10월 21일 오후 1시 47분 뉴스핌 프리미엄 뉴스 안다(ANDA)에서 표출한 기사입니다.
[뉴스핌=이에라 기자] ## 인천에 거주하는 50대 거액 자산가 김미경(가명)씨는 지난달 온라인펀드몰인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러시아펀드에 약 2억원을 투자했다. 러시아펀드가 올 들어 22%의 손실을 내고 있지만 향후 증시 회복을 기다리겠다며 장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정성 투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거액 자산가들 중 일부가 손실이 큰 '못난이 펀드'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투자할 때 수익률이 크게 부진하더라도 이를 기회로 삼아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high return)'의 투자를 공략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한 거액 자산가가 러시아펀드에 수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펀드슈퍼마켓 관계자는 "김씨같이 투자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멀리 보고 투자한 것 같다"며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보고 현 시점을 투자 타이밍으로 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러시아 금융시장은 올 초부터 이어진 지정학적 리스크 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루블화 가치는 연초 이후 24.3% 하락했고, 대표 주가지수 Micex도 10% 떨어졌다.
세계 제2위의 원유 생산국으로서 글로벌 경제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도 부담이다. 국제유가는 이달 4 년래 최저수준을 경신하며 연고점 대비 27% 하락했다.
박미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정부 재정 등이 개선됐기 때문에 과거 러시아위기 때보다 단기 위기발생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다만 서방의 경제제재로 취약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가가 계속 하락하면 실물경기 침체 등 난관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국내 판매되는 러시아펀드 11개의 성과는 연초 이후 모두 손실을 내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김씨처럼 '위기를 기회로' 활용, 러시아펀드에 가입하는 투자자들이 눈에 띈다. 낙폭이 클 때 저가 매수에 나선다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것이다.
러시아펀드는 연초 이후부터 지난 16일까지 763억원(에프앤가이드 기준)이 순유출됐지만, 최근 3개월 동안 115억원이 순유입됐다. 러시아펀드 수익률 하락폭이 컸던 최근 1개월 동안에도 79억원의 자금이 오히려 들어왔다.
펀드슈퍼마켓에서만 전용으로 판매되는 S클래스의 경우 '우리러시아익스플로러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 S'에 3개월간 약 10억원이 유입됐다. '신한BNPP봉쥬르러시아증권자투자신탁(H)[주식](종류S)'에는 7500만원이 들어왔다.
거액 자산가들은 안정성에 최우선을 두고 투자를 하지만, 손실이 난 펀드라도 장기적으로 수익이 날 때를 기다리며 투자한다는 것.
백혜진 삼성증권 투자컨설팀장은 "펀더멘털이나 거시경제지표만 보면 러시아에 투자할 시점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투자 자산가격이 하락하면 언제가 반등하는 날이 있다고 보고 손실난 펀드에 장기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백 팀장은 "투자경험이 많은 거액 자산가 중 일부는 '낙폭과대주'를 매수한다는 관점에서 이 같은 트레이딩을 한다"고 귀띔했다.
다만 저가 매수라도 몰빵투자를 통해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진호 한국투자증권 HNW본부장은 "투자에 대한 타이밍을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투자라는 것은 위험자산을 담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리스크 관리를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팀장도 "현재 상황이 좋지 않은 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투자의 기본 원칙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에라 기자 (E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