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부실계열사 유증 나서…현대證 매각 의지 약해
[뉴스핌=김선엽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21일 KDB산업은행 국정감사에 앞서 제줄한 자료를 통해,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에게 동부제철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산은 등 채권단과 동부그룹은 동부제철 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김 회장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1년 동안 김 회장이 주도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실제 김 회장의 사재출연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면 워크아웃제도가 경영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라며 "산은이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작년 11월 동부그룹이 발표한 자구계획 2조6569억원 중 이행한 것은 3645억원(13.7%) 상당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동부특수강 매각액 1100억원은 KDB시그마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 즉 산은에서 받은 금액이다.
한편 동부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김준기 회장의 동부화재 지분 5%과 동부건설 지분 20%, 도합 약 1000억원의 사재출연이 포함되어 있으나, 회장의 사재출연 역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산은이 주도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구조조정 대상 그룹인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유상증자로 4000억원을 출자한 것을 지적했다.
설사 재무구조가 좋은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부실계열사에 대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참여는 이사들의 배임 또는 상법상 신용공여 위반 소지가 있는데, 그 자신도 자구계획을 이행 중인 대한항공이 부실계열사의 유상증자에 나선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상증자 4000억원은 대한항공이 지금까지 이행한 자구계획 2조2732억원의 17.6%에 해당하는 금액이라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계열사끼리 유상증자를 한다거나 주식 담보로 계열사한테 자금 지원받는다거나 하는 방안들은 돌려막기일 뿐 자구계획이라고 볼 수 없다"며 "대한항공이 참여한 유상증자액을 한진해운의 자구계획 이행 내역으로 포함하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산은이 이런 식의 구조조정 계획을 승인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경우 자구계획 이행성과가 부풀려졌다는 지적과 더불어, 현대증권 매각 추진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산은에서 제출한 현대그룹 자구계획 이행 현황 중 LNG선 사업부문 매각 9668억원은 LNG 사업부문을 인수한 현대엘엔지 지분 인수에 1000억원이 들어 실제로는 8668억원이고 현대로지스틱스 매각 3220억원 또한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이지스일호의 지분 인수에 1000억원이 들어 실제로는 2220억원의 현금이 유입됨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자구계획 이행 성과를 산정하였다는 분석이다.
현대증권 신탁담보대출 2000억원에 대해서도, 이는 결국 현대증권 주식을 담보로 한 차입인데 현대증권이 매각되지 않은 상황에서 담보차입을 자구계획 이행으로 볼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현대로지스틱스에서 이행했다는 1659억원(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및 반얀트리 주식 매각)은 현대로지스틱스에 유보된 금액으로, 현대로지스틱스가 이미 오릭스 등에 매각되었기 때문에 주식매각 대금이 현대그룹의 유동성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매각과 관련하여서도, 12월 자구계획 제출 일주일만에 현대유엔아이 유상증자(200억원)에 참여하거나 3월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62억원)에 참여하는 등 그룹 내 부실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통해 오히려 출자관계를 강화한 점, 5월 담보도 부족한 채로 현대 엘앤알의 사모사채(610억원)를 전액 인수한 점 등을 들어 매각계획 실천 의지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현대증권 매각이 늦어진다는 사실 자체보다, 현대증권이 계열사에 대한 출자와 지원을 강화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현대증권은 매각하겠다고 계획을 발표한 상태에서도 부실계열사 유상증자에 나서는가 하면 제대로 된 담보 없이 부실계열사의 사모사채를 대량 인수해 총수 일가가 금융 계열사인 현대증권만큼은 매각할 의사가 없는 것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