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이 죽은 뒤 늘 화만 내며 사는 헨리(로빈 윌리엄스·가운데). 영화 '앵그리스트맨'은 죽음을 앞둔 중년 남성이 가족에게 돌아가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냈다. [사진=브런치메이트필름] |
HBO의 고품격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로 명성을 쌓은 필 알덴 로빈슨의 ‘앵그리스트맨’은 생의 끝자락에 선 중년 남성이 비로소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을 담은 감동 드라마다.
영화의 주인공 헨리(로빈 윌리엄스)는 큰 아들을 잃은 뒤 둘째 아들마저 진로를 마음대로 바꾸자 늘 울화통을 안고 살아간다. 아름답고 정겨웠던 가족의 추억을 모두 잊은 헨리는 툭하면 성질을 버럭 내는 조울증 환자. 우연히 병원에서 진단을 기다리던 헨리는 대타로 들어온 의사 길(밀라 쿠니스)의 성질을 건드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길은 헨리의 삶이 단 90분 남았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앵그리스트맨’은 헨리가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고 가족과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늘 화만 내는 그를 견디다 못한 아내와 둘째아들은 헨리가 세상에 없는 사람인 양 담을 쌓고 지낸다. 늦었지만 가족과 손을 잡고 싶은 헨리. 하지만 아내와 아들은 전화도 받지 않고 외면한다. 헨리는 비로소 자신이 잘못 살았다고 깨닫지만 가족과 재회는 쉽지 않다.
이야기만 들어보면 우울한 영화 같지만 ‘앵그리스트맨’은 참 따뜻하다. 기습적으로 터지는 배우들의 코믹 연기가 폭소를 자아낸다. 하긴 로빈 윌리엄스가 누군가. 세상에서 가장 유쾌한 드라마의 달인 아니었나. 물론 명배우가 선사하는 코끝 찡한 감동 역시 기대해도 좋다.
영화 '앵그리스트맨'에서 환상의 연기하모니를 보여주는 로빈 윌리엄스(오른쪽)와 밀라 쿠니스 [사진=브런치메이트필름] |
무엇보다 ‘앵그리스트맨’은 가족과 인생의 소중함을 일깨운다는 점에서 가치가 충분하다. 삶의 의미는 꼭 죽음을 앞두고서가 아닌, 일상 속에서 찾을 때 깨달을 수 있다는 진리를 웃음과 눈물로 풀어낸 영화가 바로 ‘앵그리스트맨’이다. 비록 로빈 윌리엄스는 우울증 탓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지만, 그가 보여준 영화 속 몸짓은 아이러니하게도 참 희망적이다. 30일 개봉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