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리스크-오프 두드러져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시장이 얼어붙은 투자심리와 경기 둔화 우려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013년 6월 이후 처음으로 2%를 밑돌았고, 그리스 국채는 투매가 이어지면서 10년물 수익률이 2년래 최고치로 올랐다.
반면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 글로벌 주요 증시의 주가지수 가운데 이른바 조정에 들어간 지수가 11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 이어 미국 경제 지표마저 실망스러운 추이를 나타내자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과 함께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이 늦춰질 것이라는 기대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출처:블룸버그통신] |
15일(현지시각)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장중 1.916%까지 밀렸다.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2% 아래로 떨어진 것은 17개월만에 처음이다. 또 이날 수익률 낙폭은 2009년 3월 이후 최대 규모다.
독일 10년물 수익률 역시 0.678%까지 밀리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를 반영했다. 이날 독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에 해당한다.
미국 국채시장이 반영하는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는 15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내수 경기가 부진한 데다 국제 유가가 베어마켓에 진입한 결과로 풀이된다.
연준의 긴축 시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은 점차 후퇴하는 모습이다. 국채 선물시장이 반영하는 내년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30%로, 2개월 전 67%에서 반토막으로 꺾였다.
반면 주변국에 해당하는 그리스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일 연속 상승, 2년래 최고치로 올랐다.
10년물 수익률은 이날 장중 81bp 폭등, 7.81%까지 치솟았다. 이는 2012년 7월 이후 최대폭의 상승이다. 한 때 수익률은 8.01%까지 뛰었다.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역시 지난 6월 이후 최대폭으로 상승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 ‘리스크-오프’가 두드러진다.
전미연방신용조합의 크리스토퍼 설리번 최고투자책임자는 “지정학적 리스크 외에 소비자신뢰와 민간 지출 등 주요 경제 지표가 일제히 꺾이고 있다”며 “위험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급상승한 것도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기 레바스 채권 전략가는 “연준의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투자자들의 전망이 뒤로 밀리고 있다”며 “상당수의 지표와 금융시장 여건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토 도미니온 은행의 리처드 켈리 전략가는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쳐 하락하고 있다”며 “국제 유가 하락이 핵심 요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주가지수는 연이어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그리스와 포르투갈 주가지수가 연중 고점 대비 35% 이상 급락한 것을 포함해 러시아와 이탈리아, 독일, 미국 등 글로벌 주요 증시의 11개 지수가 조정에 들어갔다.
브라질과 영국, 일본의 대표 지수도 9% 이상 하락해 조정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이날 유럽 증시의 ‘공포지수’는 2년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유로 스톡스50 변동성 지수는 장중 28.6까지 상승해 2012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지수는 지난주 19 내외에서 거래됐으나 한 주 사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한편 독일에 이어 미국 경제 지표 마저 적신호를 나타냈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9월 소매판매는 0.3%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전문가 예상치인 0.1%보다 큰 폭의 감소다. 9월 생산자물가 역시 0.1% 하락해 1년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기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