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과 공동으로 ‘차량 통합영상인식 장치’ 국산화
현대모비스가 중소 협력사들과의 동반성장을 위해 공동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신성효 베라시스 대표(오른쪽)가 지난해 말 현대모비스 연구팀과 공동 개발한 전방통합영상인식장치의 업그레이드 방안에 대해 현대모비스 DAS센서SW설계팀 연구원들과 논의하고 있다. |
이 장치는 카메라 1대로 차선이탈경보(LDWS)와 차선유지지원(LKAS), 하이빔 자동조절(HBA), 전방 추돌경보(FCW) 기능 등 첨단 안전장치들을 통합 제어할 수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장치는 100만 화소급으로, 기존 30만 화소보다 3배 이상 높은 해상도를 자랑한다.
차량용 카메라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에 이르기까지 동작 온도 범위가 넓고, 다른 전장시스템과의 전기적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엄격한 조건의 전자파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등 개발과정이 매우 까다로워 100만 화소급 차량용 카메라 기술개발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이다.
차량용 카메라의 화소가 높아지면 더 멀리 있는 사물의 인식이 가능하고, 도로의 곡선 부분에 대한 인식도 더욱 정확해진다.
현대모비스 조준범 책임연구원(DAS센터 SW팀)은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최근 차량용 카메라 센터시장이 급성장 하고 있어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이 기술은 현재 여러 곳에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이 기술을 향후 양산차종에 적용하기 위한 최종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해외 완성차로의 수출을 위한 영업도 준비중이다.
◇첨단 기술 개발 위해 현대모비스-중소 협력사 의기투합
“그동안 귀사에서 보여준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번에 세계적인 차량용 전자장치를 귀사와 함께 공동으로 개발하고자 하는데 함께 도전해 보는 게 어떨까요?”
지난 2011년 초 중소 자동차부품 업체인 베라시스 신성효 대표는 현대모비스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 베라시스는 자동차용 카메라센서를 주 사업으로 하는 중소기업으로, 당시 연 매출 10억원, 직원은 16명 수준이었다.
신 대표는 “그 동안 좋은 기술을 개발하려고 해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에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어려움을 느껴왔던 터에,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면서 “서로에게 윈-윈이라는 생각에 주저 없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한창 이슈화되고 있던 자동차 전장화에 대응하기 위해 몇몇 협력업체들과 부분적으로 필요한 관련기술 개발을 진행해 오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핵심 전장기술로 성장가능성이 크게 예상되는 ‘차량용 통합영상인식장치’를 국산화 개발해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고, 그 동안 부분별로 협력해 왔던 역량 있는 중소협력업체들에게 공동개발을 제안한 것이다.
하지만, 국산화 개발은 물론 기존 기술보다 향상된 기능의 제품을 개발해야 했기에 만만치 않은 프로젝트였다.
개별 중소업체로서도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컨설팅 비용과 투입인원에 대한 부담 때문에 독자적인 기술개발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지만, 현대모비스의 지원 아래에서는 도전해 볼만한 일이었다.
현대모비스의 공동개발 프로젝트 참여 제안은 중소업체 입장에서는 놓치고 싶지 않은 기회였기에 다른 중소업체들도 속속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중소 협력사와의 공동개발을 위해 현대모비스는 완성차에 적용되는 높은 수준의 사양과 품질기준을 제시하고, 전장 소프트웨어의 신뢰성을 확보는 것은 물론 중소업체가 진행하는 개별 프로세스의 준수검증 등 전체를 통합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중소업체가 이용하기 어려운 복잡한 프로세스 기반을 간소화 설계해 제시하는 것도 현대모비스의 몫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6개 중소협력업체들 중 한 곳이 바로 베라시스라이다. 이 업체는 다양한 기능 중 차선인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렇게 구성된 공동개발 프로젝트는 그 가치를 높게 평가받아, 지식경제부가 진행하는 ‘월드 베스트 소프트웨어(WBS)’라는 국책과제로도 선정되어 개발과정에 정부지원도 일부 받을 수 있었다.
전체 사업비 100억원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이후 2년여의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해 말 국산화 개발 성공이라는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개발 성공의 결실 공유한 중소협력사, 사업기회 확대로 이어져
현대모비스와 중소협력사들이 의기투합해 2년여에 걸쳐 공동 개발을 진행하는 동안 관련 특허도 30여개나 쏟아졌다. 현대모비스는 이러한 성과와 결실을 그 동안 함께한 중소협력사들과 아낌없이 공유했다.
공동 특허로 등록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공동 특허의 경우 특허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분담해야 하기 때문에 혹시 나중에 협력사들이 필요 없게 될 경우에는 오히려 특허 유지보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각 협력업체가 주도적으로 참여한 부분에서 발생한 특허는 해당 협력사에 전적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여러 협력사 중 한 곳인 베라시스도 이 중 4개의 특허를 단독으로 출원했고, 2개는 이미 특허로 등록되는 결실을 나눌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개발에 참여한 다른 협력사들도 3~4개 정도의 특허를 가져갈 수 있었다.
결실 공유는 특허만이 아니었다.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육성된 실력은 또 다른 사업기회로 이어졌다. 실제로 현대모비스가 관련 프로젝트 실행 전과 3개월 후에 진단한 중소협력사 성숙도 향상 진단에서 각 업체들은 평균 30%나 향상된 것으로 분석됐다.
베라시스의 경우 이렇게 향상된 기술을 가지고 최근 LDWS(차량이탈경고) 기능이 포함된 블랙박스를 출시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엄격한 품질관리 체계와 전격적 지원 아래 개발된 베라시스의 LDWS의 기술은 시장에서 국내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은 기존 보다 2배 많은 20억 수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전방차량감시 기능까지 추가한 신제품 출시를 기획하고 있어 앞으로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업체가 공동으로 기술을 협력 개발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도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결실 공유는 중소협력사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이러한 상생협력과 성과가 확산되면 수입에 의존하던 부분을 국산제품으로 대체해 자동차산업의 국가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협력사 연구개발 지원비 확대..경영자금도 1000억 지원
현대모비스는 협력사가 해외부품전시회에 참가할 경우, 참가비용을 지원해주는 등 해외 수주상담회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아울러 협력사의 금형개발비 및 연구개발비 지원금을 올해는 2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협력사에 1000억원이 넘는 경영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협력사에 현대모비스가 소유하고 있는 특허 및 실용신안 160건 정도를 전격 공개하는 등 특허권제공은 물론, 특허출원비용도 지원하는 등 협력사의 자체 기술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주요 협력업체와 함께 자동차산업의 첨단 기술동향과 개발전략 등을 공유하는 CTO포럼도 지속적으로 개최해 협력사들에게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사에게는 당사의 상해시험센터를 개방해 시험인증을 위한 장비를 지원하는 등 협력사들에게 보다 나은 연구개발 환경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부품산업진흥재단과 연계해 외부전문가를 초청, 160여개 협력사를 대상으로 경영자문 및 품질컨설팅을 지원하고 있으며, 추석을 앞둔 지금은 중소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100% 현금결제와 명절자금 조기집행(추석 1200억원 규모)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