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이 지배하는 인형 애나벨 [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애나벨’은 이렇게 탄생했다
실존하는 애나벨 인형은 1970년대 한 대학생이 생일선물로 중고가게에서 구입했다고 기록돼 있다. 소문에 따르면 애나벨은 주인을 고문하고 스스로 움직였으며 종이에 글씨를 남겼다. 심지어 자신의 존재를 속이고 가구를 긁어 놓았고 적어도 한 건 이상의 살인을 저질렀다고 전해진다.
애나벨은 현재 코네티컷에 위치한 워렌 초자연박물관의 유리관 속에 봉인돼 있다. 워렌 부부는 유리관 앞에 ‘절대로 열지 마시오’라는 경고문을 붙였다.
제임스 완은 이미 자신의 연출작 ‘컨저링’에 애나벨을 짧게 등장시켰다. 애나벨을 마치 사람처럼 보이게 해 공포심을 극대화한 것. ‘애나벨’ 속 공포의 인형은 이미 ‘컨저링’의 애나벨의 원형을 만들었던 노스캐롤라이나의 예술가들이 제작했다. 그들은 촬영에 앞서 각기 다른 두 개의 애나벨을 추가로 탄생시켰다.
제작진이 준비한 애나벨 두 번째 인형. 악령의 기운이 강해진 탓에 더럽고 너덜너덜한 느낌이 강하다. [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제작진을 덮친 미스터리한 사건들
제작 과정 중에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이상한 사건이 일어났다. 촬영 첫날부터 미아와 존의 아파트 세트장에서 사고가 발생해 제작진이 불안에 떨었다. 초자연적인 장면을 촬영할 때 커다란 유리 설치물이 떨어지면서 바닥에서 산산조각났다.
영화 초반 광신도들의 침입 장면을 새벽에 촬영하고 집에 들어간 각본가 도버먼은 오후에 잠에서 깬 뒤 소스라치게 놀랐다. 침대 바로 위 천장에 광신도들이 악령을 부를 때 쓰는 주술문자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호튼 역시 촬영 기간 임시로 빌려 살던 집에 있던 물건들이 갑자기 사라졌다가 제멋대로 다른 곳에 놓여 있었다고 증언했다.
레오네티 감독은 촬영장소인 랭엄 건물 8층 높이에 있는 유리에서 누가 손으로 긁은 자국을 발견했다. 감독은 “실제로 애나벨 인형이 손으로 긁어서 공격을 한다는 사실 때문에 더 소름이 끼쳤다”며 고개를 저었다.
■원테이크 촬영과 1970년대 패션, 공포를 더하는 음악
‘애나벨’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촬영됐다. 거의 모든 장면을 시나리오에 따라 순차적으로 찍었다. 미아와 존 부부가 이사 온 새 집을 비롯해 영화의 대부분을 코리아타운에 있는 랭엄 아파트에서 촬영했다. 아기 방과 존 부부의 방을 만들고 건물 지하에 엘리베이터와 창고, 페레즈 신부의 사무실과 에블린의 서점을 제작했다.
제작진은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채도를 낮추고, 수차례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어떤 색감이 적합할지 실험했다. 시대적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색감 변화를 시도했지만 궁극적으로는 무시간성의 느낌을 주는 것이 목표였다.
흥미롭게도 주인공 부부가 새 삶을 시작하는 집은 실제 레오네티 감독 아버지의 자택이다. 부부의 집은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한 시퀀스의 배경인데 공포감을 조장하거나 기술적인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제작진이 중점을 둔 건 촬영기법이었다. 카메라 한 대로 한 테이크를 담는 원테이크 기법이 동원됐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 초반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 미아가 창문을 통해 이웃집을 바라보는 신이다. 카메라는 관객 시선을 이웃집으로 돌려 광신도들이 공격하는 신을 보여준다. 그런 다음 카메라는 다시 미아 부부의 집으로 돌아와 광신도들이 임신한 미아를 공격하는 광경을 담는다. 레오네티 감독의 아이디어로 적용된 원테이크 촬영기법은 마치 관객이 실제로 미아 부부의 일을 겪는 것처럼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한다.
레오네티 감독은 원테이크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MoVI 카메라를 사용했다. MoVI 카메라는 스테디캠과 유사한 방식으로 카메라가 부드럽게 흘러가면서도 팔꿈치로 카메라 핸들을 고정시키면 핸드헬드카메라의 딱딱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1970년대 패션을 잘 살린 화면. 왼쪽이 존, 오른쪽이 미아 [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
관객을 공포에 떨게 하려면 무엇보다 음악이 중요했다. ‘인시디어스’와 ‘컨저링’의 음악을 작곡했던 조셉 비샤라가 그대로 참여했다. 영화 ‘애나벨’ 의 음악은 객석의 두려움을 자극하는 효과적 장치로 활용됐다. 아무도 없는 상황에서 LP가 저절로 돌아가며 집 내부를 가득 채우는 ‘애나벨’의 음악은 청각적 공포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제작자로 참여한 제임스 완의 자신감영화 '애나벨'의 공포의 실체이자 이야기의 주체인 애나벨 인형 [사진=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제임스 완은 연출이 아닌 제작에 손을 댄 ‘애나벨’에 대해 이렇게 요약한다.
“공포영화의 익숙한 요소들을 유지하는 동시에, 더 색다르면서도 오싹한 효과들을 집어넣었다. 서스펜스가 넘치고 긴장감이 감도는 영화다. ‘애나벨’은 계속 상승하는 공포감을 끝까지 밀고 가다 한꺼번에 무너지게 만드는 강렬한 여정과도 같다. 관객들은 아마 뼛속까지 공포를 느낄 것이다.”<끝>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