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맨홀에 하이힐 굽이 빠졌다. 그런데 그게 단순히 실수로 빠진 게 아니라 맨홀 아래서 누군가 굽을 잡아당긴 것이라면?
서울의 한 동네, 6개월 간 10여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실종된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들을 데리고 갔는지 작은 실마리조차 풀리지 않자 주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연서(정유미)는 유일한 가족인 동생 수정(김새론)을 잃어버린다.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없던 그는 휴대전화 위치 추적 어플에 의지해 직접 수정을 찾아 나선다. 마침내 그가 다다른 곳은 맨홀. 연서는 정체불명의 남자 수철(정경호)의 표적이 돼버린 동생을 구하기 위해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영화는 우리가 흔히 보고, 그렇기에 그냥 지나치는 맨홀을 소재로 삼았다. 잘 알지만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이 주는 공포를 노리겠다는 의도다. 과거 영화 팬들의 등골을 서늘하게 한 ‘이웃사람’(2012)이나 ‘숨바꼭질’(2013)을 능가하겠다는 게 메가폰을 잡은 신재영 감독의 목표다.
물론 소재 면에서는 영화는 충분히 공포스럽다. 우리가 그냥 지나친 맨홀, 그 속에 누군가가 산다는 것, 또 그 안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건 확실히 두려움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맨홀이 무섭게 느껴진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배우 정경호, 정유미, 김새론의 연기 역시 나쁘지 않다. 몰랐던 배우들도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모습도 아닌데 그들의 연기는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이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대사보다 눈빛과 표정으로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일 거다. 특히 청각장애 역할까지 무리 없이 해낸 10대 소녀 김새론의 연기에 최고점을 주고 싶다.
그래도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맨홀 내부 공간이 아닐까 한다. 맨홀 안을 들어가 본 이는 극히 드물기에 이게 실제인지 허구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김희진 미술감독을 포함한 스태프들은 현장 답사 등을 통해 맨홀이라는 공간을 가장 실제에 가깝게 재창조했다. 덕분에 영화는 조금 더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반면 아쉬움을 점을 꼽자면, 생각보다 긴박하지 않다는 거다. 스릴러 장르에서 긴박함이 덜하니 집중도는 당연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또 정경호가 냉정한 살인마가 된 전사(前史)라든지, 정유미 김새론 자매의 감정 교류도 부족한 감이 있다. 스릴러가 주는 긴장감은 최덕문이 연기한 딸을 잃은 아버지가, 분위기 강약 조절은 조달환이 연기한 경찰 필규가 세 주인공보다 훨씬 더 많이 해낸다는 건 분명한 단점이다. 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