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그리고 장애아동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맞서 싸우는 '초콜렛 도넛'의 주인공 루디, 마르코, 폴(오른쪽부터) [사진=수키픽쳐스] |
영화 '초콜렛(초콜릿) 도넛'은 성소수자가 핍박받던 1970년대 완고한 미국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회에 맞서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루디와 폴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을 전한다.
남자와 남자의 사랑으로 흐를 듯했던 이 영화는 장애 아이를 대하는 사회의 높다란 편견의 벽도 배치하면서 객석의 공감대를 자극한다. 초콜릿 도넛을 가장 좋아하는 아이 마르코(아이작 레이바)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지만 마약에 빠진 엄마 탓에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다. 영화는 사실상 혼자인 마르코를 입양하려는 루디와 폴이 사회의 편견, 그리고 법적 모순과 싸우는 과정을 보여주며 고정관념의 벽을 허문다.
성소수자에 대한 일반의 부담을 최소화한 연출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일테면 익숙치않은 동성 성애장면으로 가득한 '숏버스'와는 다르다. 영화는 루디와 폴의 사랑에만 집중하지 않고 법정 다툼 등 다양한 에피소드를 곁들였다. 남자와 남자의 사랑에 거부감을 갖는 관객을 배려한 감독의 연출의도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눈여겨볼 배우는 루디 역의 알란 커밍이다. 실제로도 커밍아웃한 영국 배우 알란 커밍은 섬세한 연기만큼이나 빼어난 노래실력으로 유명한 스타다. 실제 '초콜렛 도넛'에서 그가 선사하는 노래 '아이 쉘 비 릴리즈드(I shall be released)'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 자체여서 의미를 더한다.
법적으로 마르코를 입양하기 위한 법원에서 싸우는 루디와 폴 [사진=수키픽쳐스] |
루디와 폴, 그리고 아이작 레이바까지 세 남자가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여운을 남긴다. 무리와 다르다고 해서 무조건 손가락질하는 군중의 뒤틀린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초콜렛 도넛'은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담담하고 명쾌하게 전달하는 작은 수작으로 기억될 만하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