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영민(조정석)과 미영(신민아)은 4년의 연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대한민국 보통 커플이다. 마냥 행복한 달콤한 생활을 꿈꾸며 결혼한 것도 잠시, 사소한 오해와 마찰들이 생기며 결혼의 꿈은 하나둘씩 깨지기 시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모두가 알다시피 1990년 박중훈-고(故) 최진실 주연, 이명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당연히 우려도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반전이다. 제대로 야무지고 영리한 리메이크작이 탄생했다.
집들이, 잔소리, 음란마귀, 첫사랑, 사랑해 미영 등으로 챕터를 나눈 이번 영화의 미덕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자면 원작의 향수를 살리되 2014년형에 맞게 재탄생시킨 임찬상 감독의 영민함과 신민아, 조정석의 맛깔스러운 연기다.
물론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 만일 영화가 흥행한다면 이는 2014년이라는 시대적 배경을 제대로 살렸다는 데 있을 거다. 프로포즈 전 친구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의견을 묻는 영민의 모습이라던가 미영이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 등은 원작에는 없는, 하지만 격하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다. 특히 미영의 사회적 위치 변화와 그 안에서 겪는 갈등은 단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 한 개인의 성장담까지 품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제법 많은 부분에서 변화를 줬지만, 영민과 미영의 감정신은 원작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원작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집들이 시퀀스나 짜장면 시퀀스, 프로포즈 장면 역시 그대로 살려냈다. 요즘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내는 새로운 작품인 동시에 원작의 향수는 그대로 안고 있다는 말이다. 이처럼 신구(新舊)의 매력을 제대로 버무린 덕에 원작을 본 사람은 본 대로, 보지 못한 사람은 보지 못한 대로 재미를 느낄 만하다.
원작과 달리 웃음의 강도를 높였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기엔 배우들의 열연이 큰 몫을 했다. 먼저 신민아와 조정석의 케미(chemi, 미디어 속 남녀 주인공이 현실에서도 잘 어울리는 것을 상징하는 신조어)는 영화 전 보냈던 우려가 머쓱할 정도로 완벽하다. 신민아는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조정석은 특유의 능청스러움을 제대로 살렸다.
자신 있게 말하건대, 두 사람의 열연은 고 최진실과 박중훈의 연기에 감히 맞설만하다. 무엇보다 조정석의 연기는 너무나도 실감 나서 보는 이의 마음을 영민의 것에 착 달라붙게 만든다. 매 순간 (하물며 영민이 잘못한 순간마저) 그가 사랑스러운 것 또한 아마 그의 코믹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때문일 거다.
라미란, 배성우, 이시언, 고규필 등 배우들은 자신만의 색깔이 고스란히 묻어난 입체적인 연기로 영화를 풍성하게 채웠다. 원작에서 영민의 회사동료로 출연했던 전무송과 윤문식은 각각 영민의 시 스승 판해일과 사회복지 공무원인 영민의 단골로 재등장, 원작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긴다. 다만 아쉬운 점을 꼽자면 영민의 친구 승희로 등장하는 윤정희의 연기다. 코믹함이라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고려하더라도 (꽤 중요한 역할인만큼) 캐스팅에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예비 관객의 결혼 여부나 연애 여부가 무의미하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이들은 자신의 사랑을 돌아보면 되고, 혼자인 이들은 30대 평범한 인물들의 성장 이야기에 집중하면 된다. 게다가 사랑과 우정, 오해와 질투, 꿈과 현실 등 뻔하고 식상한 맛이 있지만, 그래서 남 일 같지 않은 시시콜콜한 삶의 에피소드는 러닝타임(111분) 내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한다.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을 따라 낄낄거리고 웃다 보면 누구의 가을도 쓸쓸하지 않을 듯하다. 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사진=씨네그루㈜다우기술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