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주연 기자] 남들이 못 보는 찰나의 순간까지 볼 수 있는 남자 여장부(차태현). 어린 시절부터 독특한 시력 탓에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된 그는 20년 동안 TV 드라마만 보며 집에서 칩거 생활을 하다가 세상 밖으로 나와 CCTV 관제센터에 취직한다. 동체 시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으로 CCTV 관제센터 에이스에 등극한 그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며 CCTV 화면 속 주인공들을 향해 수상한 미션을 펼치기 시작한다.
영화는 ‘헬로우 고스트’(2010) 김영탁-차태현 콤비가 새롭게 호흡을 맞춘 작품이다. 그렇기에 전작과 닮을 수밖에 없고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내용은 완전히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나 웃음과 슬픔, 그리고 감동이 공존한다는 점은 그대로다. 다만 가장 큰 차이점이 있다면 ‘헬로우 고스트’ 때처럼 강한 한 방이 없다는 것. 하지만 김 감독은 “원래 이 영화에 반전은 없다”고 말했다. 애당초 특별한 반전을 그린 작품은 아니라는 말이니 이 역시 아쉬울 점은 아니라고 본다.
동체 시력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중심으로 펼쳐지나 거리감이 없다는 점은 영화의 강점이다. 오히려 분위기는 친숙하고 평범하기까지 하다. 영화 속 배경은 물론이거니와 오지랖 넓은 소심한 노처녀(진경), 외로운 마을버스 운전기사 상만(김강현), 페지 줍는 소년 백구(정윤석)까지 누구하나 낯선 이가 없다. 내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확실히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차태현이라는 배우를 정면으로 내세웠다는 데 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말투, “네가 와서 봄이다” 등 몇몇 작위적인 대사와 상황들도 차태현이라 괜찮다. 분명 텍스트만 보면 오글거리는 대사인데 그의 목소리를 타고 나오니 느끼하기는커녕 어째 따뜻한 느낌이다. 순수함으로 정화할 수 있는, 차태현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이번 영화에서 차태현의 코믹함까지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있다. 그는 그간의 코믹한 모습을 걷고 조금은 진지하게 다가온다. 우리가 알던 차태현과는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의 전체적인 색깔이 진지한 것은 아니다. 오달수, 고창석, 김강현, 진경 등이 크고 작은 웃음을 선사하며 극에 재미를 실어 넣는다.
액션 장르도 아닌데 보는 재미도 꽤 쏠쏠하다. 영화의 주 배경이 되는 골목길 풍경은 가을이라는 계절과 맞물려 멋스럽다. 또한, 극중 여장부가 그린 마을 지도를 포함한 수많은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김 감독의 제안으로 이번 작품에 참여한 엄유정 화가의 단순하고 깔끔한 선들은 느리고 따스하게 흐르는 영화의 비주얼과 잘 어우러진다.
영화를 한 줄로 정의하자면 잔잔한 착한 이야기다. 그리고 ‘착한 영화’답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도 꽤 명확하다. 빠르게 흘러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주변인들을 한 번 더 돌아볼 것, 그리고 바쁜 삶에서 벗어나 때로는 조금 쉬어 갈 것. 극 초반 차태현의 내레이션처럼, 세상에 조연은 없고 우리 모두는 주인공이니까. 10월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사진=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뉴스핌 Newspim] 장주연 기자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