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에 10조 투입 '글쎄'..4조~5조 넘으면 주주 반발도
[뉴스핌=이강혁 기자] 한국전력공사의 서울 삼성동 본사 부지 입찰에서 고배를 마신 삼성은 조용한 가운데 씁쓸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18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낙찰자로 선정되지 않아 아무런 얘기를 할 것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이번 입찰에 단독으로 나섰던 삼성전자는 이날 낙찰자로 선정되면 입찰 과정부터 부지 개발계획 등을 종합해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계획은 모두 취소됐다.
삼성은 그동안 한전 부지 인수를 염두해 두고 다방면의 개발계획을 검토해 왔다. 입찰 막판까지 신중한 모습을 보이며 입찰 참여 여부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삼성물산이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했었을 정도로 오랜 기간 관심이 높았다.
삼성그룹에서도 이 시점부터 한전 부지 인수를 위해 그룹 차원의 테스크포스팀이 가동되기도 했다. 삼성생명이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328억원에 사들이면서 본사 부지에 인수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다만 삼성 주변에서는 삼성이 한전 부지 입찰 마감이 임박할 시점까지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번에 꼭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는 크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반드시 인수해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입찰 기간 중 우호적인 여론조성을 위해 무엇인가 조치를 취했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 삼성은 입찰 마감까지도 일절 말을 아낄 정도로 신중한 모습을 보여왔다. 17일 오전 권오현 부회장 등 사내이사들이 경영회의를 통해 입찰을 결정했으나 입찰 마감시한인 오후 4시까지도 이같은 사실을 외부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재계 라이벌 간의 맞대결에서 밀리며 자존심에는 다소 상처가 될 수 있겠지만 실리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결과"라며 "10조원대의 막대한 낙찰가를 고려하면 신사업 확대 등 지속성장을 위한 자금여력을 비축하는 측면이 오히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내부에서도 가뜩이나 삼성전자 실적 부진으로 위기의식이 높은 가운데 4조~5조원대에서 낙찰가를 넘어설 경우 한전 부지 인수라는 부동산 투자를 내·외국인 주주들이 쉽게 받아들여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전사적인 비용절감 노력 등이 이루어지는 마당에 10조원 이상의 투자는 무리였을 수 있다"고 의견을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강혁 기자 (ik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