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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TV에서 보고 싶은 영화 '설계'…"설계해!" 안타까운 울림

기사입력 : 2014년09월17일 15:56

최종수정 : 2014년09월17일 15:56

 

[뉴스핌=이현경 기자] 언젠가부터 구성이 엉성하거나 시청자가 보기에도 드라마 수준에 못 미치는 작품 앞에 ‘막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막장드라마로 불린 작품에는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복수, 출생의 비밀, ‘암세포도 세포다’라는 유일무이한 대사 등 뒷목 잡을 만한 장면이 여럿 된다. 여기에 더 놀라운 점은 보는 이의 입장에서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 극중에서는 놀랄 만한 반전으로 나타나는 점이다. 물론 이런 요소를 다 갖췄다고 해서 막장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평가는 철저히 보는 이의 입장에서 이뤄진다.

희한하게도 시청자들은 막장드라마는 욕을 하면서도 본다. 예상되는 복수일지라도 괜한 호기심과 묘한 통쾌함까지 가지면서. 하지만 막장드라마가 스크린에 옮겨진다면 결과는 다르다. 기본적으로 TV와 영화는 다른 매체의 특징을 갖고 있고 이는 콘텐츠의 성질과 관객의 기대감을 결정한다.

영화 ‘설계’는 평범한 소녀에서 악덕한 사채업자가 된 세희(신은경)의 성장기이자 복수극이다. 과거 사채업자의 딸로 성장한 세희는 부유한 환경에서 유년시절을 보낸다. 그러나 집안의 위기로 많은 것을 잃게 되고 텐프로부터 시작해 사채업으로 입지를 다진다. 그러던 중 자신의 과거 모습을 보는 듯한 민영(오인혜)을 자신의 품으로 만든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기의 시작점이 된다.

사채업자의 어두운 이면을 조명하고 있다는 점은 흥미로운 반면 드라마 연출법이 흠이다. 이는 스크린 속에서 긴장감 넘치기보다 웃음을 유발한다. 전개에서 속도감이 없고 인물 간의 심리 변화가 강과 약이 극명하지 않다. 뜬금없는 화면 분할과 흐름과 관계없는 노래 장면은 보기에도 불편하다.

한 여자의 복수극이라는 긴 서사를 단 시간에 임팩트를 주면서 만들려다 보니 이 점이 부담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이 복수를 하게 된 타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그 과정이 관객에게 긴장이 동반된 재미를 안겨야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로 제작됐다면 사채업이라는 흥미있는 소재를 포함한 여자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 리모콘을 쥐고 있는 3·40대 여성에게 큰 관심을 받을 듯하다.

그럼에도 한 여자의 순탄하지 않은 인생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설계해!’라는 대사는 세희의 분노, 서러움, 희열이 담긴 복수라는 점과 연관돼 눈길을 끈다. 이 점이 인물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는 점과도 부합한다. 더불어 ‘설계’는 세희 뿐만 아니라 ‘돈’이 주는 달콤함에 쓴 맛도 봐야하는 영화 속 다른 인물들의 사연도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18일 개봉. 러닝타임 96분. 청소년 관람 불가. [사진=팝엔터테인먼트]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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