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임안 등 논의할 17일 이사회 간담회 주목
[뉴스핌=노희준 기자] 직무정치 처분을 받아 전방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금융당국과 정면대결을 선택했다.
17일 법무법인 화인에 따르면, 임 회장은 16일 직무정지 처분 취소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임 회장은 직무정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KB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갈등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에서 직무정지 3개월 중징계 처분을 지난 12일 받았다.
임 회장은 소장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제재의 취소를 신청하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직무정지 처분 소송에 나서면서 임 회장은 사실상 자진 사퇴를 거부하고 금융당국과의 전면전을 선택한 것으로 이해된다.
임 회장은 지난 15일 KB금융지주 이사회의 자진 사퇴 권고를 받고 이날 간담회를 앞두고 자진 사퇴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역공을 펴고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인한 'KB내분사태'는 장기전으로 비화하고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CEO리스크 장기화로 인한 KB금융 경영 파행도 계속될 전망이다.
임 회장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자진 사퇴권고로 임 회장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한 이사회의 이날 간담회가 다시 중요해졌다.
이사회는 일단 버티기에 전념하고 있는 임 회장의 대표이사 해임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 내부에서도 "임 회장이 버티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 바로 해임안을 처리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임 회장에게 시간을 좀더 주자는 의견이 제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사회는 간담회에서 이사들간의 합의점을 찾으면 긴급 이사회로 전환해 해임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아예 이사회 자체로 전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 회장의 행정소송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의 의중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직무정지 상태로 어떠 상의나 지시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애초 법적수단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명예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어 억울함을 다투는 동시에 법적 대응의 '시간벌기'를 통해 이사회 내부의 흐름 변화를 기대한 것으로 관측된다.
대표이사 해임안은 이사회 과반수 의결로 가능하지만, 전체 사외이사 9명 가운데 5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것으로 해임안 처리가 말처럼 쉬운 상황만은 아니다.
금융당국은 임 회장의 역공에 카드정보유출 추가 검사와 제재 추진, 국민은행의 내부통제 등에 대한 정밀진단 등으로 사퇴 압박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예상된다.
임 회장이 법적 소송을 통해 KB내분 사태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 부상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 사태 조기 수습에 실패했다는 이유에서다.
[뉴스핌 Newspim] 노희준 기자 (gurazip@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