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작년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역이었다. 지난 몇 년간 선진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제에 직접 개입해 왔다. 그 덕분에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를 계기로 정부 중심의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대신해 민간의 역할이 주목 받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있어야 안정적인 성장 동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선진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유동성 외에 다른 요인이 필요한데, 그게 민간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일 수 밖에 없다. 연초 이후 선진국 주식시장이 최고치 행진을 계속하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상승 탄력이 현저히 둔화됐다. 투자자들이 민간이 경제를 주도할 수 있을지 관찰하는 과정에서 나온 반응으로 보인다.
민간중심의 경제를 가로막는 요인이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나타나고 있는 '임금없는 성장'이 그것이다. 미국의 경우 지난 5년간 연평균 실질 임금 상승률이 0.5%에 지나지 않았다. 2차 세계 대전 후 미국의 임금 상승률은 경기 침체에서 벗어난 후 5년 동안 연 평균 9.2%를 기록했었다. 가장 최근인 2001년 이후도 임금 상승률이 6%에 육박할 정도였다. 임금상률만 따지면 지난 5년은 경기회복기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6월 기준 3개월 평균 임금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역시 상반기 실질임금 상승률이 1.8%로 2011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금상승 둔화가 문제가 되는 건 임금의 뒷받침이 없는 한 민간의 자율적인 성장이 힘들기 때문이다. 작년과 올해의 정책 기조는 다르다. 작년까지는 정부가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민간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정부가 역할을 할만큼 했다는 측면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정책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별 경제정책의 핵심이 작년까지는 금리 인하, 양적완화 확대, 재정정책 시행이 주였으나, 올해부터 이 부분은 다소 둔화되는 반면 임금 인상, 소득 증대, 최저 임금 인상 등이 거론되고 있다.
기업의 이기심을 고려하면 당분간 임금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 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업이 고용의 주도권을 쥐게 된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낮은 임금 인상과 고용 형태 변화를 통해 최대한으로 비용을 줄여나가는데, 이런 현상은 위기가 끝나고 경제가 정상화돼도 바뀌지 않는다. 기업들이 비용 관리를 통해 이익을 올리는데 익숙해졌기 때문인데 기업에 유리한 구조를 유지하려는 게 당연하다.
이를 바꾸도록 강제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히 없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기업을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고, 경험했던 위기의 강도가 강할수록 새로운 위기 발생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줄어든다.
올들어 선진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몇 번 경신하긴 했지만 연초 대비 5%도 못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정체 상태가 다음 상승을 위해 힘을 축적하는 과정인지 아니면 상승을 끝내고 방향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 될지는 경제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이 정부로부터 성공적으로 바톤을 이어받을 경우 주가가 정체 상태를 뚫고 상승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추세가 하락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뉴스핌 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