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장윤원 기자] “무엇인가, 삶은 무엇인가. 검은 혼돈 속 잠시 피는 불꽃.”
온갖 은유가 곳곳에 포진돼 있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는 관객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현실과 허상은 불친절하게 교차되고, 대사보단 넘버가 줄거리를 전달한다.
그럼에도 뮤지컬 ‘더 데빌’은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불완전하고 나약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멸을 불러온 한 인간의 선택을 보며, 유한하고 불완전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배경은 뉴욕의 증권가. 블랙먼데이 이후 주가 폭락으로 모든 것을 잃고 유혹에 빠지는 존 파우스트(송용진 김재범 윤형렬)와 그를 점점 타락으로 몰아가는 X(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로부터 존을 지키려 하는 존의 연인 그레첸(차지연 장은아)까지 세 명의 등장인물이 무대에 오른다.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가 60여 년에 걸쳐 집필한 소설 ‘파우스트’를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원작에 등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떠올리게 하는 X는 선과 악을 넘나들며 존, 그레첸과 다각적 관계를 맺는다.
뮤지컬 ‘헤드윅’,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대표 록 뮤지컬을 연출한 이지나 연출이 최근 ‘서편제’, ‘바람의 나라 무휼’ 등의 작품으로 진가를 발휘한 데 이어 다시 록 뮤지컬로 돌아왔다.
록 뮤지컬 특유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뮤지컬 ‘더 데빌’은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11월2일까지 공연을 이어간다. 5~8만 원. 만 17세 이상 관람가.
사진=알앤디웍스
[뉴스핌 Newspim] 장윤원 기자 (yu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