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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루게릭 환자가 인터넷에 올린 '아이스버킷챌린지'에 대한 생각 [사진=FC2 캡처] |
[뉴스핌=김세혁 기자] 난치병 루게릭(ALS) 환우를 돕자는 취지에서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아이스버킷챌린지’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글이 공개됐다. 이 글은 ALS 환자라고 주장하는 대만 네티즌이 게재했다.
이 네티즌은 최근 인터넷에 올린 글에 아이스버킷챌린지 열풍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담았다. 아이스버킷챌린지는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다음 사람을 지명하는 일종의 캠페인으로, 지명된 사람은 100달러를 ALS협회에 기부하거나 똑같이 얼음물 세례를 받아야 한다.
다음은 네티즌이 올린 글 전문이다.
저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며, 감각도 거의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속내가 제게는 빤히 보입니다. 저(ALS 환우)를 대신해 많은 분들이 차가운 물을 뒤집어쓰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전 이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아픕니다.
어떤 도시의 시장님이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참가한 뒤 “엄청 차갑다”고 말하더군요.
만약 여러분이 제 병을 정말 체험하고 싶다면, 몸을 꽁꽁 묶은 뒤 얼음물을 맞아야 할 겁니다. 그렇게 해야만 몸을 움직일 자유마저 빼앗긴 우리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테죠.
기업가가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하고 나서 여성 아이돌을 지명하더군요. 모두 아이돌이 몸에 붙는 하얀 티셔츠를 입고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걸 상상하지 않나요? 당신들이 아이스버킷챌린지에 쏟는 열정과 우리가 받는 고통의 괴리를 생각하면, 전 어떻게 당신들을 비난해야 할까 막막할 지경입니다.
어쩔 수 없지요. 어차피 당신들이 기대하는 우리 모습은 이런 걸 테니까요.
이 네티즌이 실제 ALS 환우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아이스버킷챌린지를 환자 입장에서 바라본 글의 파장은 컸다. 대만 나우뉴스(금일신문) 등 현지 언론들은 “아이스버킷챌린지의 열풍 속에 ALS 환우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고 평가했다. 아이스버킷챌린지가 취지와 달리 일종의 즐길 거리, 혹은 홍보 수단으로 악용되는 건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한편 아이스버킷챌린지는 현재까지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NBA스타 르브론 제임스, 가수 저스틴 비버,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세계적인 유명인사들이 참여했다. 지난 7월29일 시작된 이 캠페인의 8월21일 기준 모금액은 무려 418만 달러(약 43억원)에 달한다.
[뉴스핌 Newspim] 김세혁 기자 (starzooboo@newspim.com)